수협 회장에 취임하면서 난생처음 시작한 서울살이가 어느덧 다섯 달째로 접어들었다. 거처를 옮겼지만 변함없는 하루 일과 중 하나는 산책이다. 마침 회사 근처에 걷기 좋은 호숫가 산책길이 있어서 서울에 머무는 날이면 그곳을 찾아 한참 걷는다.
석촌호수는 도심에서 드문 대형 호수라서 그런지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를 포함해 인근의 많은 회사원이 점심 산책을 즐기고 주말이면 많은 인파가 몰린다. 하지만 매일 그 호숫가를 한참 걸으면서도 그곳에서 사람이 수영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할 수 없었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저 물속에 사람이 몸을 담그는 것은 보건이나 위생상 아무래도 어려워 보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얼마 전 많은 사람이 석촌호수로 뛰어들어 수영을 즐겼다. 철인 3종 경기 중 사이클을 빼고 수영과 달리기만 하는 형태인 아쿠아슬론 대회가 석촌호수에서 열린 것이다. 직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거에는 상당히 탁하고 관리가 많이 필요한 호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3급수에 해당하던 석촌호수는 대회를 앞두고 수질 환경 기준의 거의 모든 항목에서 1등급 판정을 받고 투명도 역시 최대 2m 이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실제 경기 참가자들도 물이 깨끗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2021년부터 구와 기업이 수질 개선에 나선 결과다. 광촉매를 활용한 친환경 기술 등 다양하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얻어낸 성과인 것이다.
무엇보다 자연과 환경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온 대중의 인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석촌호수가 다시 깨끗해진 과정을 보면서 그 어떤 환경 문제도 노력하면 해결하지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오랜 기간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오며 환경 변화를 겪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해양 쓰레기, 바닷모래 채취, 해상풍력 개발 등 각종 문제로 바다는 몸살을 앓는 중이다. 그리고 어업인들은 그 피해를 맨몸으로 고스란히 받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석촌호수 아쿠아슬론 소식을 접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봤다. 기술 개발과 자연 보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뒷받침된다면 바다와 어업인들이 겪는 환경 문제도 분명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다는 물론 환경을 둘러싼 모든 것이 더 건강해지고 더욱 깨끗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함께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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