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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사라진 친강과 불안한 중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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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서 진실을 찾자.”

덩샤오핑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을 본격 추진하면서 ‘한서’에 등장하는 이 문구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중심 이념으로 강조했다. 이념에 매몰되지 말고, 이론을 현실에 맞춰 재점검하자는 뜻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친 시중쉰은 당시 광둥성 당서기로 일하면서 선전경제특구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시중쉰 역시 이념보다는 실용을 중시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진핑이 2013년 국가주석 자리에 올랐을 때 중국 정치 전문가들은 그가 부친과 비슷한 길을 갈 것으로 기대했다.
경제와 정치 모두 불협화음
시 주석은 그러나 정반대의 길을 갔다. 시 주석이 작년 10월 ‘최고지도자는 10년만 부임한다’는 권력 승계 원칙을 깨고 장기 집권에 시동을 건 이후 중국 공산당은 규율의 전위대가 됐다. 낡은 공산주의 교리가 전면에 부각됐고, 개혁·개방 경제는 국가 통제에 자리를 내줬다. 외교 무대에선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늑대전사(전랑)’가 활개를 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강경 노선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증폭하는 원인이 됐다.

팬데믹이 닥치자 중국은 강력한 통치 체제를 기반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였다. 인구 2500만 명의 도시 상하이가 봉쇄되는 등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 경제는 활기를 잃었다는 평가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경기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내우외환에 휩싸인 내부 정치도 시 주석의 철권 통치가 낳은 불협화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패권경쟁이 한창인 와중에 시 주석의 총애를 받던 친강 전 외교부 장관이 7개월 만에 낙마한 게 대표적이다. 장관급 인사가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진 지 50여 일이 다 돼 가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중국 정부가 친강 해임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그사이 권력암투설을 비롯해 불륜설, 스파이설, 건강이상설 등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만 세간에 확산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실용주의 되살려야
친강이 자취를 감춘 뒤 시 주석은 ‘집안 단속’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군부를 향해선 ‘절대적 충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권력 핵심부를 상대로 한 대대적인 반부패 조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군의 핵심 전력인 로켓부대 수뇌부는 전원 물갈이됐다. 리위차오 사령관과 장전중 전 부사령관, 류광빈 현 부사령관 등을 포함한 고위급 지휘관 10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으면서다. 지난달 25일에는 우궈화 전 부사령관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국영기업과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공포 정치를 통한 내부 단속 강화와 이념적 선명성 강조는 시 주석의 권력 기반 안정화와 침체된 경제 재건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사실에서 진실을 찾는 개혁·개방의 초기 정신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시중쉰이 주창한 개혁·개방 경제, 이념적 편협성에서 벗어난 실용주의는 여전히 중국이 추구해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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