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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샤넬·랑콤 제친 K뷰티…30년 1위 프랑스 아성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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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CICA(피부진정성분) 시리즈같이 여성들이 원하는 제품을 제때 내놓습니다. 포장도 예뻐서 몇 년 전부터 한국 화장품을 사용합니다.”

4일 기자가 찾은 일본 도쿄 긴자의 화장품·액세서리 전문점 로프트는 5층 건물 가운데 2층 전체가 화장품 매장이었다. 중앙의 가장 눈에 띄는 진열대를 차지한 제품 대부분이 한국산 기능성 화장품들이었다. ‘CICA’ ‘히아테놀’ ‘어성초 77%’ 등 화장품 브랜드명인지 제품명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는 상품이 가득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사가라 마이 씨는 그 가운데 ‘CICA’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는 화장품을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다. 기자가 “이게 정말 한국산 화장품인가요?”라고 묻자, 사가라 씨는 “포장에 ‘한국제’라고 적혀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편의점 구성도 바꿔 놓은 ‘K뷰티’
K뷰티가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일본 시장에서 30년 가까이 1위를 지키던 프랑스를 처음 꺾었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이 수입한 한국 화장품은 775억엔(약 7068억원)어치로 764억엔에 그친 프랑스를 처음 앞섰다. 랑콤, 샤넬과 같은 고급 브랜드를 내세워 일본 시장에서 30년 가까이 1위를 지키던 프랑스는 2위로 밀려났다.

지난 10년 새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 규모는 6배 증가했다. 올 3~6월 로프트의 한국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배 늘었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일본 3대 편의점 로손의 매장 구조도 바꿔놨다. 이날 찾은 도쿄 도심의 로손 매장은 출입문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의 화장품 진열대가 눈에 띄었다. 로손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 ‘롬앤’과 공동 개발한 립스틱이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 3월 말 처음 출시할 때는 2개월치 재고를 준비했는데도 사흘 만에 품절됐다. 크기를 일반 립스틱의 3분의 2로 줄이는 대신 가격을 1000엔 안팎으로 낮춘 전략이 먹혔다는 분석이다.

한국 화장품이 일본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계기는 2007년 무렵부터 에센스와 파운데이션의 기능을 합한 BB크림이 유행하면서였다. 한류 아이돌의 인기와 함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격이 합리적이고, 좋아하는 아이돌도 쓰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 역시 인기 비결로 꼽힌다.
○현지 공략 속도 내는 K뷰티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도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화장품 소비의 60%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만큼 주로 드러그스토어, 편집숍 등에 입점하거나 오프라인 이벤트를 여는 방식으로 현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애경의 색조 브랜드 ‘루나’는 현재 2300개가 넘는 현지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600여 개였던 매장 수가 8개월여 만에 3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도쿄 하라주쿠에서 일본에서의 첫 대형 프로모션 행사 ‘아모파시페스’를 열었다.

최근 들어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한국 인디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아지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중저가 화장품이 많지 않은 일본 뷰티시장의 틈바구니를 파고들고 있다. 롬앤, VT코스메틱, 달바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들이다.

K뷰티 브랜드가 일본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건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국내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국내 뷰티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ODM 기업보다 기술력·생산성이 높아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커머스를 통한 화장품 구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큐텐재팬, 아마존재팬 등 온라인 채널에 입점하는 국내 브랜드도 많다. 큐텐재팬의 K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거래액은 2019년 대비 350% 넘게 늘었다. 큐텐재팬을 운영하는 이베이재팬은 최근 일본 e커머스 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 판매자를 대상으로 교육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양지윤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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