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향해 모욕적 언사를 한 친명(친이재명)계 인사와 당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당내 분열의 언어를 중단시키라”는 이낙연 전 대표 요구를 이재명 대표가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당 청원 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문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하는 게시글을 올린 ‘친명’ 당원에 대해 민주당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전날 박성준 대변인은 “해당 당원에 대해 (당 윤리심판원에) 징계 청원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당원은 지난달 19일 ‘문재인을 출당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민주당의 이재명을 지키고 싶다”며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을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이고, 대선 패배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게시판 운영 내규에 따라 삭제됐다.
친명계인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도 최근 당 윤리심판원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SNS에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상록갑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썼다. 또 유튜브 방송에서도 비명계 인사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폄훼했다.
민주당은 징계 배경에 대해 “당의 단합을 해치는 언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파 분열적 표현으로 당의 단합을 해치는 것을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징계에 이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 징계 건에 대해 대변인이 브리핑을 내놓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당 대표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의 요구에 응답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와의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민주당의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고 당내 분열의 언어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당의 단합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선 앞으로도 당헌·당규에 따라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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