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공상과학(SF) 게임의 불모지.”
게임업계에서 법칙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지만 국내 게임사가 SF 장르로 ‘대박’을 낸 사례는 최근 20년간 찾기 어렵다.
카카오게임즈가 SF 게임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이하 아레스·사진)를 지난달 25일 출시했다. ‘블록버스터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임을 내세우며 중세풍 위주인 국내 MMORPG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 회사 영업이익이 최근 급감한 상황에서 아레스가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레스에 처음 접속한 이용자의 눈길을 잡은 건 SF 영화를 방불케 하는 연출이다. 게임 시작 영상에서 주인공이 미래 도시 속 거대 로봇의 추격을 피하는 장면은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을 떠올리게 한다. 이용자가 전투할 땐 통쾌함이 느껴진다. 액션이 다양하고 게임 진행 속도도 빠르다.
게임 기능은 진입 장벽을 낮췄다.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사냥 기능 덕분에 SF 게임 문외한도 쉽게 즐길 수 있다. 게임의 얼개는 국내 MMORPG 유행을 이끈 리니지 시리즈와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이용자 적응은 쉽지만 SF 게임만의 차별적인 플레이 요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일각에서 중세풍 MMORPG에 SF 옷을 입힌 ‘리니지 라이크(유사)’ 게임이란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아레스 흥행이 절실하다. 이 회사는 2분기 매출 2711억원, 영업이익 265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 67% 줄었다. 이 회사가 2021년 출시한 ‘오딘’ 매출이 하락세에 접어든 영향이다. 올 3월 내놓은 ‘아키에이지 워’도 실적 추이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다. 2021년 11월 10만원을 넘겼던 이 회사 주가는 4일 3만1100원(종가 기준)까지 떨어졌다.
시작은 순조롭다. 앱 시장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 게임의 매출 순위(안드로이드 기준)는 7월 27일 40위에서 이달 1일 2위로 급등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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