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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논란 자초한 '월 200만원' 외국인 가사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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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논란 자초한 '월 200만원' 외국인 가사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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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인 가구 중위소득이 월 540만964원이라는데 월 200만원 넘게 주고 가사 관리사(도우미)를 쓰는 게 가능할까요?”(30대 주부 A씨)

고용노동부가 올해 시범적으로 추진키로 한 ‘외국인 가사 관리사’ 사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 가사 관리사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중산층 이하 가정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 관리사 100명을 연말께 서울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튿날 실무 담당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은 “문화도 다르고 말도 서툰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며 월 200만원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불협화음을 보였다. 올해 확정·고시된 내년도 최저임금 월 총액은 206만740원이다.

외국인 가사 관리사를 고용인과 1 대 1 계약을 하는 ‘가사 사용인’ 형태로 운영하면 최저임금법에서 제외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인권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정부 인증 기관을 통해 가사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 결과 현행 가사근로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이 ‘고용과 직업에 있어서 국적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한다’는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채택·비준한 것도 이유다.

하지만 대안이 충분히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부 주최로 지난달 31일 열린 공청회에서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시행하는 오페어(Au Pair) 제도를 참고하자”고 제안했다. 오페어는 외국인 유학생 등이 현지 가정에 고용돼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대신 소정의 수고비를 받고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제도다. 한국에 장기체류 중인 유학생, 어학연수생들은 이미 한국 문화에도 익숙하고 대학 재학 중이라 신분도 보장된다. 이들을 개별 가정에서 가사 사용인 형식으로 고용하면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아 서비스 비용이 저렴해진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 외국인 가사 관리사를 쓸 수 있는 계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홍콩·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 관리사 월급은 40만~9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한국은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등의 가사 부담을 완화해줄 필요성이 특히 크다. 정부가 외국인 가사 관리사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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