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폄하' 논란을 빚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발언에 동조했다가 비판에 직면한 양이원영 의원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양이 의원은 지난 1일 오후 7시 14분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수정하면서 사과의 문장을 추가했다. 그는 수정된 글에서 "제가 쓴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며 "나이 많은 이들의 정치 참여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잘못 표현했다"고 사과했다.
수정 전인 오후 3시 48분 작성했던 원글은 "나이 많은 이들을 비하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핵심이었다. 사과는 없었다. 이어 양이 의원은 "청년층의 정치 참여의 필요성과 함께 저 자신을 생각하며 장년층과 노년층의 정치 참여 책임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양이 의원은 이날 정오께 페이스북에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킨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공유하면서 "맞는 얘기"라고 동조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어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는 문장도 삭제했다.
양이 의원의 두둔이 논란을 빚은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19일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이 코인 사태로 탈당하자 SBS 라디오에서 "마녀사냥 하듯, 여론재판이 이뤄졌다"고 옹호했다. 또 CBS 라디오에서는 김 의원에 대한 비판을 '다주택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격'에 빗대 감싸기도 했다.
당시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CBS 라디오에서 양이 의원이 '하면 욕먹을 발언을 일부러 한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그는 "(옹호하면) 욕먹는 거 뻔하다.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한테 욕먹을 발언을 한다"며 "이는 그 층(강성 지지층)에 호소할 수 있고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었다.
한편, 김은경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 대화를 소개하며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되게 합리적이죠.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냐"고 주장했다.
여권에서 '노인 폄하'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혁신위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사과를 거부했다.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은 세대 간 갈라치기로 소비할 사안이 아니라 정치가 어떻게 청년들의 의사를 반영시킬지를 다루는 것"이라며 "이런 중요한 문제를 늘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게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