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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현금 자산의 매력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계속된 증시 랠리로 투자 여력이 높아졌는데도 머니마켓펀드(MMF?단기금융펀드) 등으로 흘러간 투자 자금이 꼼짝하지 않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미 투자기업협회(ICI) 자료에 기반해 현재 미 단기 금융 시장에 머물러 있는 현금 규모가 3조5000억달러(약 4517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초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3월 이후 11회에 걸친 Fed의 금리 인상으로 투심이 예금성 자산에 몰린 탓이다. 금리가 높게 유지될 때는 MMF와 같은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금융시장 정보업체 크레인 데이터에 따르면 MMF는 현재 5%를 웃도는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는 자산운용 업계에 ‘유동성 가뭄’을 초래했다. S&P500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굴릴 자금이 없어 수익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미 증시 상승이 일부 기술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액티브 펀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1조4000억달러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투자회사 티로우프라이스의 롭 샤프스 최고경영자(CEO)는 “엄청난 양의 돈이 방치되고 있다”며 “MMF 수익률이 15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까지 올랐고, 경기 둔화 또는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에 크레딧(회사채 등)과 주식 투자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지금이 아마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투자자들은 Fed가 (긴축 페달에서) 비켜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티로우프라이스의 운용 자산은 지난 2분기 200억달러(약 26조원) 쪼그라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는 이런 흐름이 “2025년까지는 긍정적으로 바뀌길 기대하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6460억달러(약 834조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대형 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도 같은 기간 30억달러가 넘는 순유출을 경험했다. 세스 번스타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 CEO는 “투자자들은 (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그들은 기다리면서 돈을 번다”고 했다.
고정수익 증권 등을 중심으로 일부 투자 자금이 회복되는 징조도 일부 나타난다. 고정수익 전문 투자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은 지난 2분기 부동산과 2차 시장, 멀티에셋 펀드 등을 조합한 투자 전략으로 2억달러어치의 순유입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언제든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입 자금도 패시브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이 덜한 상품으로 몰릴 거란 전망이다. 이미 액티브 펀드 운용사들은 시장 변동성이 급증했던 지난해 블랙록, 뱅가드와 같은 패시브 펀드 운용사들에게 점유율 대부분을 내줬다. ‘선방’한 프랭클린템플턴에서도 73억달러어치의 자금이 빠져나가 시장 흐름을 뒤바꾸진 못했다는 평가다.
샤프스 CEO는 “이런 흐름은 잠시 지속될 순 있겠지만, 영원히는 아닐 것”이라며 “결국 투자자들은 MMF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