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과 금양 고위임원들이 지난달 27일 주가 급락 직전 자사주들을 잇달아 장내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2차전지주 과열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주요 관계자들이 자사주를 급히 처분하면서 주가가 고점에 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임원 4명은 지난달 27~28일(결제일 기준) 사이 자사주 5790주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임원 4명이 처분한 주식은 약 26억원어치다. 결제일과 매매 체결일이 2거래일 차이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가장 주가가 급등하던 25~26일에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연구자원담당인 서준원 전무는 보유 중인 6000주 중 4000주(18억원 어치)를 지난 25일 장내 매도했다. 김홍관 전무도 같은 날 1000주(4억5425만원 어치)를 처분했다. 박지영 상무와 이경섭 상무는 다음날인 26일 각각 700주(3억6400만원 어치), 90주(4959만원 어치)를 장내매도했다.
박 상무는 지난달 17~18일에도 이틀에 걸쳐 1000주(2억8000만원 어치) 가량을 매도한 바 있다. 이 상무 역시 11~12일에 걸쳐 1000주를 매도해 2억9000만원가량을 현금화했다.
에코프로비엠의 관계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김병훈 대표도 지난 26일 에코프로비엠 2만5000주를 장내매도했다. 주당 처분단가는 49만6200원으로 약 126억원어치다.
다른 에코프로비엠 임원들도 지난달 11~18일까지 자사주를 잇달아 대량으로 처분한 바 있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사장은 지난달 13일 2800주(약 7억8380만원 어치)를 장내매도했다. 방정식 에코프로비엠 부사장도 지난달 11일과 18일에 나눠 각각 900주, 1200주를 현금화했다. 처분 금액은 총 6억2000만원 어치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최근 주식을 판 임원들의 경우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자산을 현금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세한 사정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고 했다.
금양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금양의 허재훈 상무는 지난달 27일(결제일 기준) 보유 주식 8만주 가운데 4만주를 이날 장내매도했다. 처분단가는 15만1615원으로 실제 체결일인 25일 장중 고점(15만7500원)에 가까운 가격에 매도한 셈이다.
증권가에서 임원들의 주식 매도는 ‘매도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회사의 내부 사정과 기업가치를 잘 알고있는 만큼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해 매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임원들이 매도한 직후인 27일 에코프로비엠과 금양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에코프로비엠은 27일 하루에만 17.2%, 금양은 22.4% 하락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