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장을 맡으면서 특정 지역 출신 고객을 노골적으로 배척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지속한 직원을 후선 배치한 은행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A씨가 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전보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전보처분이나 후선배치명령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1990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A씨는 2017년 7월부터 B공단지점의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했다. 하지만 회사는 A씨가 지점장으로서 경영 능력이 미흡하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점장 발령 1년 만에 카드사업부의 업무추진역으로 전보 조치를 내렸다. 이에 A씨는 회사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지점장으로서 우수한 업무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고, 근무 분위기를 저해한 사실이 없다"며 "전보 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전보 명령은 사실상 강등처분 및 감봉처분과 같은 징계처분에 해당해 불이익이 크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해당 지점 전체 직원들과의 면담을 토대로 작성한 A씨의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해당 전보 명령이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맞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부임 당시부터 "나는 인천 출신이라 경상도에 인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영업실적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고객 관리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또 전북 출신 직원이 기업팀장으로 부임하자 인사담당자에게 팀장을 교체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하는 등 전라도 출신 사람들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 소행"이라며 "내가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지점 경영에 불필요한 개인적 정치 성향을 지속적으로 드러내 직원들을 불편하게 했다.
이밖에 해당 지점 직원들은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직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고 일관되게 지적했다.
인사부 감찰팀은 A씨가 해당 지점의 근무 분위기 및 직원의 근무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보고 그의 후선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기업은행은 보고서와 A씨에 대한 다른 평가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보 명령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조사 보고서를 증거로 인정하고 "원고에게는 지점장으로서의 역량 부족 등 관리 기준상 후선배치사유가 있어 이 사건 전보 명령을 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기업은행 내 관리제도의 후선배치사유 중 '업무능력 또는 자질 부족으로 업무수행에 부적합한 자' 및 '직장규율을 어지럽히고 근무 분위기를 저해하는 자' 등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전보 명령으로 생활상의 불이익을 입었다는 A씨 주장에 대해 "원고의 직무가 지점장에서 업무추진역으로 변경됨에 따라 지점장에게 부여되는 직무수당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후선배치기간 중의 실적평가, 사유 해소의 정도 등에 따라 현업에 복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재판부는 "인사부 감찰팀이 직접 감찰해 후선배치를 하는 경우에는 (직원관찰보고서 제출 등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 측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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