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테마로 달아오른 국내 증시가 다음달 박스권 장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사 "8월 증시는 숨고르기"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8월 코스피지수 예상 변동폭(밴드)은 △키움증권 2480∼2700 △현대차증권 2440∼2660 △교보증권 2500~2750 △NH투자증권 2526∼2698 등이었다. 증권사들의 전망한 상단 평균(2702)과 비교해 보면 이날 종가(2632.58) 대비 최대 추가 상승폭은 2.6%에 그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7월 증시가 개인을 중심으로 한 '2차전지 열풍'으로 상승세였지만, 과열 우려가 커지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7월 수출액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1%로 연초 1.8%에 비해 소폭 낮아졌다. 2차전지 성장성이 실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투자 심리도 한 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내 포스코그룹 시총 비중은 최근 3.7%까지 확대됐지만 영업이익 비중으로 따지면 오히려 4월 3.5% 수준에서 하락세를 보여 2.9%까지 줄었다"며 "에코프로그룹주 역시 코스닥시장 내에서 시총 비중은 늘었으나 영업이익 비중은 줄었다"고 했다.
8월 말 예정된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입장의 변화 가능성도 증시 변수로 꼽힌다. 8월 중 고용, 물가가 상승세로 전환한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추가로 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8월 미국 잭슨홀 미팅, 기업 실적, 이차전지 수급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방향성을 다시 탐색하는 구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도체·건설 등 소외업종 주목"
증권사들은 2차전지에 대한 과도한 투자심리가 한 풀 꺾이면 그동안 상승 랠리에서 소외된 업종·종목들로 수급이 분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이러한 업종으로 반도체, 건설, 기계, 소프트웨어 등을 꼽았다. 반도체 업종은 메모리 업황의 턴어라운드가 유력하며, 건설업종은 우크라이나 재건과 미국 건설경기 호조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미국 기준금리가 향후 하락한다는 전제 하에 투자할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하나증권은 이러한 업종 가운데서도 특히 2024~2025년 예상 순이익 증가율이 높지만 현재 주가와 비교하면 저평가된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2024~2025년 평균 순이익 증가율은 335.7%로 전망됐지만,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38.4%에 그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024~2025년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125.8%, 88.1%로 예상되지만 연초 이후 주가 상승 폭은 25%, 63%로 이익 증가 예상치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이밖에도 SK이노베이션, HD현대중공업 등도 주목할 종목으로 꼽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