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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 최대폭 올랐지만…정부 "제품값 인상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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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원유 기본가격 책정 셈법은 평년보다 복잡했다. 낙농가는 사료값 등 생산비 상승에 따라 상당 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유가공업체는 실적 악화와 정부의 우유 가격 인상 자제 요청으로 가장 하단에서 인상 폭을 결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협상 테이블에 제시된 음용유 기준 원유 가격 협상 범위는 L당 69~104원. 27일 낙농진흥회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에서 잠정 합의된 88원은 중간치(86.5원)보다 소폭 높은 가격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를 감안하면 협상 범위의 중하단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중간치보다 조금 높은 가격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 첫 회의를 열고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주 1~2회 회의를 열고 인상 폭 등에 관한 논의를 지속해 왔다. 유업계에 의하면 10차 회의에서 낙농가와 유업계는 입장차를 줄이고 원유 가격 합의에 참여했다.

결국 첫 회의를 시작한 지 49일 만에 기본가격 인상폭을 결정했다. 협상 기간이 길어져 원유값 인상 시점은 오는 10월 1일로, 당초 예정한 8월 1일에서 두 달 늦추기로 했다.

협상 결과에 대해 유업계는 “원유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에 당장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작년까지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서라도 유업계가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왔지만 올해는 정부가 물가 안정 기조를 연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원유 가격이 49원 올라 L당 996원이 되자 유업체들은 흰 우유 가격을 10% 안팎 올렸다. 서울우유의 1L짜리 흰 우유 가격은 6.6% 올라 대형마트에서 2800원대에 판매됐고 매일유업, 남양유업의 900mL 우유는 각각 9.57%, 8.67% 인상돼 2860원, 2880원으로 조정됐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식품업계에 전방위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어 쉽사리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없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러 차례 유업체와 유통업체를 소집해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흰 우유 3000원 시대’를 앞두고 유업계의 제품 가격 조정 시점에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유업계 관계자는 “작년만큼 제품 가격 상승폭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인구 구조 변화로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까지 확대됐다”고 토로했다. 낙농진흥회의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2년 28.1㎏에서 2022년 26.2㎏으로 줄었다.

유업체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9% 줄어든 607억원을, 서울우유는 18.7% 감소한 473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3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하수정/한경제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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