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선정한 ‘아기유니콘 기업’(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가치 1000억원 미만 비상장사)으로 51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평균 업력은 4.2년, 평균 투자 유치액은 59억원가량이었다. 업종별로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회사가 43.1%(22곳)로 가장 많았다. 한경 긱스가 올 상반기 아기유니콘으로 꼽힌 회사 가운데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네 곳을 선정해 소개한다.
○‘카톡’ 형태 웹소설 등장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선 마인즈에이아이가 눈에 띄었다. 이 회사는 타액을 이용해 우울증 진단을 돕는 키트를 내놨다. 침 속에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분석해 우울증 정도를 평가한다. 병원에 가서 채혈한 뒤 측정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 회사의 창업자인 석정호 대표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다. 우울증을 20년 넘게 연구해 왔다. 석 대표는 한국이 정신건강 분야에서 여전히 ‘후진국’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의 5분의 1 정도만 치료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집에서 평가와 치료를 함께 할 수 있는 기술을 전 세계에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형 웹소설 플랫폼 아이네블루메도 K콘텐츠 열풍을 타고 아기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채티’라는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한다. 채티에는 스마트폰 메신저로 채팅하듯 대화체로 전개가 이뤄지는 웹소설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누구나 소설을 창작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췄다.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는 “지금까지 500만 회, 45만 편의 웹소설이 공개됐는데 대부분이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이라며 “유입 이용자 중 20% 정도가 창작을 시도한다”고 귀띔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 출신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네이버에서 ‘포털 네이버’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설명 가능한 AI 서비스 개발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최재식 KAIST 교수가 창업한 인이지가 아기유니콘이 됐다. 이 회사는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해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설비 상태를 미리 파악해 유지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인이지는 ‘설명 가능한 AI(XAI)’를 내세운다. AI가 데이터에 의한 의사결정을 하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인간이 이해할 수 있게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인이지는 관련 솔루션을 대기업에 납품한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의 스마트 고로에 솔루션을 적용해 고온에서 용광로 내부 쇳물 온도 차를 25% 줄여 연 647억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
최 대표는 기업 간 거래(B2B) 형태의 산업용 AI 솔루션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세계 산업용 AI 시장은 5년 뒤면 지금의 일곱 배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상을 바꾸는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아기유니콘 회사로는 맞춤형 안경 브랜드 ‘브리즘’을 운영하는 콥틱이 있다. 브리즘은 3차원(3D) 프린팅 기술과 빅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안경을 제작한다. 3D 스캐너를 통해 얼굴 사이즈를 측정하고, 1만 명 이상의 얼굴 데이터를 분석한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얼굴 유사성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 안경을 추천해준다. ‘버추얼 피팅’을 통해 안경을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도 있다.
콥틱은 보수적이던 안경 시장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우석 콥틱 공동대표는 “안경은 오래된 아이템이라 흔히 성장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으로 근시 인구도 덩달아 늘어나 매년 7~8%씩 커지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