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잇따라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를 세우고 있다. 생명보험 시장 침체로 전속설계사 이탈이 가속화하자 GA를 통한 영업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보험연구원의 ‘자회사형 GA 시장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자회사형 GA는 2004년 처음으로 설립된 이후 현재 14개 보험사가 16곳을 운영 중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생보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2020년 이후 생보사를 중심으로 자회사를 만드는 추세가 본격화됐다.
한화생명은 2021년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했고, 올해 1월엔 GA 피플라이프를 인수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GA 자회사 HK금융파트너스를 세웠다. AIA생명도 자회사형 GA 출범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속설계사를 활용하면 각 보험사가 자사 제품만 판매하도록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전속설계사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보험사들은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설계사들은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해 가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GA로 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의 설계사 정착률은 지난해 기준 39.0%에 그쳤다.
생보사들은 궁여지책으로 GA를 자회사로 설립해 자사 상품 위주로 판매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회사 GA가 거둬들인 전체 수수료 수입의 74.9%가 모회사에서 나왔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모회사가 속한 업권에서의 시장 점유율 하락을 일정 수준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모회사가 통제하는 GA가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환경에서 상품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객관적·중립적 위치에서 추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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