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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마신다"…'술꾼'들도 몰랐던 위스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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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코틀랜드 서부의 아일라섬은 술꾼들한테는 '위스키의 성지'로 통한다. 이곳에는 라프로익부터 킬호만, 아드벡 등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위스키 증류소 9곳이 모여 있다.

아일라 위스키의 특징을 꼽자면 기침이 나올 정도로 매캐한 피트향이다. 라프로익을 처음 맛본 사람은 '병원 냄새' 혹은 '소독약 냄새'에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걸 별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독특한 풍미로 인해 '사랑하거나 증오하거나'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라프로익 특유의 향은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기도 했다. 1920년 미국에서 금주법을 시행하자, 수출길이 막힌 수많은 스코틀랜드 양조장이 줄도산했다. 당시 사장이던 이언 헌터는 미국 세관에 자기 제품을 술이 아닌 의약품으로 신고해 단속을 피했다. 세관 직원은 라프로익의 향을 맡자마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다. "이건 약이 분명하다"면서.



<스카치가 있어 즐거운 세상>은 이처럼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위스키 탐험기다.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예술가의 술 사용법> 등 주류 관련 책을 펴내고, 유튜브 채널 '주락이월드'를 운영하는 조승원이 썼다. 책은 그가 직접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문한 증류소 26곳을 소개한다.

위스키의 배경을 알면 그 풍미를 보다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위스키는 보리 발아, 건조, 분쇄, 당화, 발효 등 주조 과정의 미세한 차이로도 맛이 갈린다. 책은 각 업체가 어디서 원재료를 공수하는지, 어느 오크통에 숙성하는지, 어떤 모양의 틀에서 증류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서로 다른 맛만큼이나 업체들이 품은 이야기도 개성 넘친다. 일가족이 75만개의 돌을 직접 쌓아 지은 글렌피딕부터 우주에 보낸 보리 씨앗으로 위스키를 만든 글렌리벳까지. 대를 이어가며 위스키를 만들어온 장인들의 사연을 담았다.

680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그리 지루하지 않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증류소 현장과 위스키 제품 사진 등 다양한 시각 자료로 읽는 부담을 줄였다. 책 표지를 펼치면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위스키 생산지 스페이사이드와 아일라 지방의 위스키 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위스키에 막 입문한 사람, 평소 위스키를 즐겨도 색다른 방법으로 마시고 싶은 독자한테 추천할 만한 책이다. 국내 최초로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든 김창수 김창수위스키 대표는 추천사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었다!"고 썼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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