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주행감은 세단, 감성은 스포츠카. 마세라티의 109년 역사상 두 번째 SUV 그레칼레를 시승해본 감상이다. 작년 11월 국내 출시돼 수입 럭셔리 SUV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레칼레 모데나로 서울과 경기도 일대 약 100㎞를 주행했다.
그레칼레의 운동 능력은 압도적이다. 속도를 올릴 때의 즉각적인 반응성은 차가 운전자의 생각을 읽고 한발 먼저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SUV인 만큼 차체 중심이 높으니 흔들림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편견도 깨졌다. 전고가 1665㎜에 달하는데도 몸을 바짝 낮춘 고급 세단을 모는 듯한 안정적인 접지력이 돋보였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코너링 구간을 빠르게 빠져나갈 때도 차가 휘청이거나 출렁이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시속 100㎞를 웃도는 고속 주행 구간에서도 시속 60㎞로 달리는 듯 편안한 주행 질감이 유지됐다. 여섯 단계로 조절되는 에어 서스펜션이 안정성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레칼레의 중간 트림인 모데나는 구동 시스템으로 4기통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낮은 RPM(엔진회전수)에서도 고출력을 낼 수 있게 해주는 e-부스터와 터보차저 등을 탑재해 연비를 개선하면서도 성능은 높였다. 모데나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5.3초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엔진임에도 특유의 웅장한 배기음을 그대로 재현한 점도 ‘마세라티 감성’에 기여한다.
아날로그 감성을 고수해온 마세라티도 7년 만의 신작인 그레칼레를 내놓으면서는 ‘디지털화’에 공을 들였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변화가 브랜드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센터페시아 상단 아날로그 시계를 디지털로 바꾼 것이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대폭 키우고 거의 모든 기능을 터치로 제어할 수 있게 했다. 가로로 널찍한 12.3인치의 중앙 화면과 시트, 공조기, 서스펜션 등을 바로 통제할 수 있도록 배치한 8.8인치의 추가 화면은 시인성과 조작 효율성이 뛰어났다. 다만 운전 도중에 쓸 일이 많은 공조기나 볼륨 제어 같은 기능은 터치 조작이 오히려 아쉬웠다. 메인 디스플레이 아래 피아노 건반처럼 배치된 버튼식 변속 방식도 도심 주행에선 사용이 번거로웠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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