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가 영유아와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지난 24일 '진짜 노키즈존 하고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고깃집 점주이자 작성자인 A씨는 "이게 뭐하자는 건지"라면서 식당 내부 CCTV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테이블 위에는 접시와 술잔이 쌓여있고, 테이블 옆에는 아이들 여러 명이 의자에 누워 있다. 방석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아이들도 포착됐다. A씨는 "엄마 셋 아이 여섯 명이 왔는데, 아이들 옆에서 술을 마신다"며 "아이가 '엄마 누워도 돼?'라고 묻자 '그래'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노키즈존을 해보라는 조언에 A씨는 "“시내면 가능하지만 동네 장사에 아줌마들 입김이…"라며 "진짜 정신병 올 것 같다"고 호소했다. '아이들이 얌전히 누워있다'는 말에는 "안 보이는 애들은 바닥 청소 중"이라며 "저도 애들 키웠지만 어찌 저렇게들 놔둘 수 있는지 제 머리로는 진짜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노키즈존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영업상 자유라는 의견과 어린이와 그 부모들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는 의견이 사회에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트모니터가 지난 5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로 인해 불편함을 경험했을 때 어느 정도의 제재가 필요하다"(75.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다"(59.8%)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공공장소의 노키즈존 설정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61.9%)이 찬성했다.
반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에서 노키즈존 영업이 성행하는 것은 '역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 살배기 딸을 키우는 김 모 씨는 "출산율 최저의 나라에서 어린이를 혐오하는 정서가 팽배한 것은 모순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신도 이런 현상에 집중한 바 있다. CNN은 지난달 말 "어른들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키즈존은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다"며 "카페와 식당에서 아이들을 막는 것은 출산 장려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회에서도 노키즈존을 아동 차별로 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예방 조치 등을 강조한 법안(7월 11일/이성만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보건복지부는 노키즈존 전수 조사에 나선다.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하는 이번 노키즈존 실태 조사 연구는 육아친화적 환경 조성과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에 참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한편, 최근에는 노키즈존에 대항하는 차원인 '예스키즈존' 식당이 주목받은 바 있다. 강원도 태백시의 한 예스키즈존 고깃집은 안내판에 "사랑스러운 아가들과 어린이들을 환영한다"며 "똥기저귀 놓고 가셔도 된다. 저희가 치우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문구를 적어뒀다.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스키즈존을 지지하는 이들은 "돈쭐 내자", "이런 가게가 많아졌으면" 등의 응원을 보냈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예스키즈존은 시끄러울 것 같아서 가기 싫어진다" 등의 비판도 제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