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어제 2분기 성장률(0.6%) 발표는 ‘경기 부진 탈출’ 기대와 ‘저성장 고착화’라는 걱정을 동시에 안겼다. 성장률은 시장 예상(0.5%)을 소폭 웃돌았다. 작년 4분기의 역성장(-0.4%)을 딛고 1분기(0.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한 것도 나름 선방이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2.9%로 아홉 분기 만에 최고를 기록한 점 역시 경기 회복 기대를 키운다. 우리 경제의 핵심 엔진인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가 1.3%포인트에 달한 것도 희소식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우리가 고대하던 경기 회복이 아니라 전형적인 불황형 성장이라는 게 금방 확인된다. 다섯 분기 만에 순수출이 상승 반전한 것은 수출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의 더 큰 감소가 부른 결과여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수출은 2분기 내내 부진해 9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전년 동기 대비)했다. 3분기 첫 달인 7월에도 긍정적 신호가 없다. 1~20일 수출은 15.2% 감소했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35.4%에 달한다.
소비·투자 지표가 모두 부진한 것도 경제 전반의 활력 감소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정부·민간소비 동반 추락이야 불황기여서 그렇다 쳐도, 성장잠재력과 직결되는 투자 지표의 부진은 특히 걱정스럽다. 1분기에 급감한 설비투자(-5.0%)는 2분기 들어 감소율이 0.2%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뒷걸음질 치는 투자는 장기 저성장 고착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올 경기 전망도 ‘잘해야 상저하중’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줄곧 ‘상저하고’를 강조한 기획재정부조차 최근 올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낮췄을 정도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경기 회복의 마지막 보루인 투자마저 부진하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달 초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최우선 정책의 하나로 제시하긴 했지만 더 과감한 대책이 절실하다. 투자 선순환에 필수인 세액 감면 확대, 환경규제 합리화, 과잉 징벌 완화 등 킬러 규제 개선을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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