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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공장'서 840억 챙긴 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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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월 20일자 A1, 5면 참조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인 사모 전환사채(CB)가 자본시장 각종 비리의 온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호재를 퍼뜨려 주가를 띄운 뒤 CB를 주식으로 바꿔 고가에 매도하는 등 사모CB를 남발·악용해 부당이득 수백억원을 챙긴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25일 금융감독원은 CB 발행을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33명을 검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사모CB 관련 불공정거래 11건으로 챙긴 부당이득은 84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올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사모CB 악용 불공정거래 40건을 찾아내 이 중 14건의 조사를 마쳤다. 11건은 형사고발했고 세 건은 최종 처리 방안을 심의하고 있다.


사모CB는 주식 등에 비해 발행이 쉽고 공시 규제가 느슨하다. 증권신고서 없이도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찍어낼 수 있다. 일부 기업이 이른바 ‘CB 공장’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를 통하면 실제 사업보다 훨씬 높은 가치로 투자 유치가 이뤄진 것처럼 꾸며내기도 쉽다. 불공정거래 상습범들이 CB로 눈을 돌린 이유다.

금감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 40건 중 62.5%인 25건에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나 ‘기업사냥꾼’이 연루됐다. 40건 중 27건은 불공정거래 일당이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투자조합이나 투자회사를 통해 사모CB 등을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기업 인수나 투자 유치인 것으로 위장하고, 실제 인수 주체를 은폐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유행하는 테마 사업 진출 등을 가장해 투자자를 현혹한 사례는 조사 대상 40건 중 80%인 32건에 달했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진단키트 제조 등 허위 신규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사례가 25건이었다. CB 발행 과정에서 담보 제공이나 사채자금 이용 사실을 숨기고 대규모 자금을 무리 없이 조달한 것처럼 꾸며낸 혐의도 23건 확인됐다. 기업사냥꾼 등 다섯 명이 한 기업의 사모CB를 취득한 뒤 다수 투자자가 CB를 인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100억원 상당의 부당 매도차익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조사가 끝난 14건 중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사례는 3건 나왔다. 악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주가가 하락하기 전 CB 전환주식을 사전에 매도한 미공개정보 악용 사례가 있었다.

피해를 본 건 다른 투자자들이다. 기업이 실체보다 몸집이 커지는 가운데 경영 상황이 악화하면서 조사 대상 기업 74%가 상장폐지(4곳)되거나 관리종목(14곳)으로 지정됐다. 직전 연도 대비 매출이나 영업·순이익이 30% 이상 줄어든 곳도 11곳에 달했다.

금감원은 올초부터 조사, 공시, 회계, 검사 등 금감원의 자본시장 관련 부서 전체가 참여하는 ‘사모CB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시, 회계, 검사 등 자본시장부문 공조 체제를 활용해 불공정거래 카르텔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와 함께 CB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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