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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만년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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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만년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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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의 의사결정은 근시안적이다”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분야든 남녀노소, 직급을 막론하고 우리는 의사결정과 행동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길 원한다. 교육의 결과인지, 본능의 산물 혹은 종교의 가르침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단기적 시각에서의 의사결정을 폄하하곤 한다.

장기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이벤트를 몇 개 소개해보고자 한다. ‘커넥션머신’이라고 불린 병렬 슈퍼컴퓨터 개발로 인공지능망 이론 발전에 기여한 대니 힐리스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만년의 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1년에 한 번 똑딱 소리를 내며 바늘이 움직이고, 100년마다 한 번씩 종이 울리며, 1000년에 한 번씩 뻐꾸기가 나오는 것으로 설계됐다.

전곡 연주에 639년이 걸린다는 독일 성 부차르디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어떤가. 2001년 9월 5일 연주가 시작됐고 2640년 9월 5일 연주가 끝난다고 한다. 1882년 착공해 올해까지 141년째 공사 중인 스페인의 가우디 성당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1만 년 동안 작동하는 시계, 639년간 이어질 음악 연주, 150년의 건설이라는 긴 시간을 설정함으로써 그 기간 지구와 우리 주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인간에 대해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이 상상은 인식이 전 지구적, 우주적 지평으로 확대되는 경험도 선사한다.

현실로 돌아와서 우리의 근시안적 의사결정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분기별 목표 수익 및 주가를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 목표를 희생하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있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80% 이상이 분기별 수익 목표를 맞추기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일 용의가 있으며, 절반은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높여줄 게 분명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연기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2015년 기준 S&P500 기업은 수익의 99%를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취득 혹은 배당으로 사용했다.

우리도 ‘비자발적 장기 투자’의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유동성이 보장된 주식시장 투자보다 ‘불태환(不兌換)의 역설’이 지배하는 부동산 투자가 경험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 투자는 자발적 장기 투자다. 창업 이후 회수 가능 시점까지 거의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 투자 수익 관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상법상 3년 만기의 이사 임기나 4년 임기 국회의원, 5년 단위의 대통령 임기보다 훨씬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게 바로 스타트업 투자의 특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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