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 윤리위원회가 20일 '수해 골프'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논란을 없던 일로 하기는 어려우며,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골프에 대한 국민 의식이 변한 만큼 '구두 경고'로 끝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與 지도부, 洪 사과에도 "윤리위원들, 엄중한 분위기"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에 출연해 이번 골프 논란에 대해 "상당히 경험 많고 연륜 있는 정치인인데 너무나 안타깝고 저희 당으로서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당인으로서 잘못된 행위를 한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는 바로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되는데 그런 것들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수해 우려가 나오던 지난 15일 골프를 치다 한 시간 만에 철수했다. 이에 '수해 골프'라는 비판이 나오자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느냐"며 반발했다. 그러다 지난 19일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나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원내수석은 "당 윤리위원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엄중한 분위기"라며 "홍 시장은 앞으로도 조금 더 자숙하고 조금 더 겸허한 자세로 윤리위의 심사를 지켜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징계가 아예 안 나온다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며 "많은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는 적절한 수준의 엄중한 분위기를 반영한 징계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 역시 "개인적으로 사과했다고 해서 없던 일로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징계 수위 관련해서 참작될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태경 "골프는 문제고 테니스는 된다는 당규, 시대 뒤떨어져"
반면, 홍 시장이 '매뉴얼을 어기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고 공식 사과한 것을 참작해 '구두 경고'로 끝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징계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 2006년 수해 골프로 제명된 홍문종 전 의원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진단이다.
하 의원은 "사과했기 때문에 구두 경고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핵심은 두 가지 이슈로 온 국민이 (수해를) 슬퍼하는 상황에서 리더가 공감대 없이 당을 어렵게 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본인이 사과했다. 그다음에 골프를 친 것을 문제 삼을 수 있는가인데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골프가 약간 특별한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대중 스포츠가 됐다"며 "골프를 불온시하는 정치 문화, 이건 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하 의원은 '골프는 안 되고 테니스는 되느냐'는 홍 시장의 말에도 동의를 표했다. 그는 "어쨌든 공감을 못한 것, 리더로서의 책임감 이런 문제는 분명히 지적돼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종목의 문제는 아니다. 당헌당규에 골프를 치면 문제가 되고 테니스를 치면 문제가 안 되는 내용은 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홍 시장의 골프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던 김기현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는 독립해서 움직이는 기관이고 누구의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며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