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흑해를 통과해 우크라이나로 가는 모든 선박을 군사용 선박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자 밀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시각으로 7월 20일 0시부터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구로 가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으로 군사 화물을 실은 적대적인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한 선박의 기국(旗國·선박이 등록된 나라)은 우크라이나 정권 편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연루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9월물 국제 밀 선물가격은 전일 대비 9%가량 급등한 부셸당(1부셸=27.2㎏) 7.36달러 선에서 거래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상승 폭이다. 같은 날 옥수수 선물 가격도 약 2% 올랐다. CNN은 “밀 가격이 3주 안에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이탈 후폭풍으로 전 세계의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커졌다”고 전했다.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할 수 있게 한 흑해 곡물 협정이 체결됐다. 하지만 지난 17일 러시아가 협정 중단을 공식 선언하면서 협정은 1년 만에 종료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내각회의에서 “러시아 곡물과 비료 수출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며, 농업 분야와 관련된 러시아 자산의 동결도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러시아 식량과 비료 수출과 관련된 러시아 은행 및 금융기관에 대한 모든 장애도 제거돼야 한다”며 “이 은행들은 즉각적으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재가입돼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SWIFT에서 퇴출당한 탓에 금융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곡물협상 체결 당시부터 최소한 농업 관련 금융기관만이라도 SWIFT에 재가입시켜줄 것을 요구해 왔다. 푸틴은 “조건들이 이행되면 러시아는 곧바로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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