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인상된 9860원(월급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되면서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보수 인상률이 수년째 1% 안팎에 머물고 있는 데다, 하위직 공무원 초봉은 민간 최저임금보다도 낮다는 공직사회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일 인사혁신처와 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공무원 보수 수준을 결정하는 공무원보수위원회는 오는 25일 4차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2019년 설립된 공무원보수위원회는 인사처 자문기구로, 노조 측 5명과 정부 측 5명 및 공익위원 5명 등 15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가 보수 인상률을 결정하면 인사처와 예산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이를 검토한 후 국회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 측과 노조는 보수 인상률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열린 2차 전체회의에서 노조는 4.2%, 정부는 2.9%를 제시했다. 이에 공익위원들이 3.7%의 조정안을 제시하고 표결을 시도했지만,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지난 19일 열린 3차 전체회의에서도 수해 대처와 함께 이날 새벽 확정된 민간 최저임금 관련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는 정부 측 요청에 따라 회의가 오는 25일로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최저임금이 2년 연속 10% 이상 인상될 때 공무원 임금인상은 1~2%대에 머물렀다”며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지자 정부가 공무원 임금을 깎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공무원 임금과 수당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공무원보수규정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5급 이하는 1.7%고, 4급 이상 간부들은 동결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5.1%)을 훨씬 밑돈다. 작년엔 1.4% 오르는 데 그쳤다. 민간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던 2018년과 2019년에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각각 2.6%와 1.8%에 그쳤다.
인사처에 따르면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은 본봉(기본급) 기준으로 177만800원이며, 7급 공무원 1호봉은 196만2300원이다. 9급 1호봉의 경우 정액 급식비 14만원과 직급보조비 17만5000원을 합치면 월봉은 208만58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201만580원)보다 7만원 정도 많다.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공제하기 전 세전 월급이다. 지난해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82.8%로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런 열악한 처우 때문에 젊은 20~30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를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조는 올해 협상을 앞두고 정부 측에 37만 7000원 보수 정액 인상과 정액 급식비 8만원 인상, 6급 이하 직급보조비 3만 5000원 인상 등을 요구했다. 보수 정액 인상을 인상률로 환산하면 9.9%가량이다. 특히 모든 직급에 일관되게 인상률을 적용하기보다는 ‘하후상박’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었다.
정부도 8~9급 하위직 공무원들의 낮은 임금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액 인상은 공무원 보수체계를 흔들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더욱이 내년도 민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인상된 상황에서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정했다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높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인상 폭을 결정하더라도 주무 부처인 기재부가 자체 판단에 따라 인상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도 4급 이상 공무원 보수는 동결한 대신 9급 초임 봉급은 5%가량 인상했다”며 “내년도 공무원 보수도 직급별로 차등화를 두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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