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골프'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에 회부된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이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우선 지난 주말 골프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 15일 오전 대구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며 "당시 대구시는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에 따라 비상2단계 체제로 행정부시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총괄, 관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도 예정대로 진행됐고, 개장식을 마친 뒤 오전 11시30분께부터 1시간 정도 운동을 했고, 중간에 비가 와서 그만두고 돌아왔다"며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 홍 시장은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앞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8일 홍 시장의 골프 논란과 관련 징계 논의에 착수한 바 있다. 중앙윤리위는 오는 20일 오후에 회의를 열고 '징계 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지난 2006년, '수해 골프' 논란으로 제명된 홍문종 당시 경기도당위원장의 사례로 '중징계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홍 시장이 고개를 숙이면서 중징계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10시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에 참석한 후 오전 11시 30분쯤부터 대구 팔공CC에서 1시간가량 골프를 치다 호우가 거세지자 중단했다. 이에 비판이 나오자 "공직자들의 주말은 자유다",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느냐"며 거세게 맞받았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