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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불시착"…태영호가 생생히 그린 '월북 미군'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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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 중이던 미군 장병이 고의로 무단 월북한 가운데,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부터 '지옥의 불시착'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이유로 (미군 장병이) 월북했는지 알 수 없으나 며칠 지나면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라며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던 사람이 북한에 관광객으로 들어가도 며칠이면 지나친 통제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인데 월북 미군 장병이라면 첫날부터 구금 생활이 시작되어 미칠 지경일 것"이라고 썼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던 중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으며, 상황을 긴밀히 주시하고 조사하면서 군인의 가장 가까운 친척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태 의원은 우선 북한이 월북 미군의 신병을 확보한 것과 관련 "문제는 그가 후회하고 돌려보내 달라고 해도 그의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평양에서 미국의 영사업무를 하던 스웨덴 대사관도 코로나 때문에 임시 폐쇄된 상태이다. 그의 의사를 확인하려면 중국, 러시아, 베트남. 쿠바 등 공산권 국가 아니면 이란이나 시리아 같은 반미적인 나라 대사관을 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북중 국경을 통해 밀입북한 미국인들은 돌려보낸 예가 있으나 자진 월북 미군은 '기술적으로 전쟁상태'에서 적군에 자진 투항한 사건이어서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북 미군, '압록강대 영어교사'나 '김일성 노작 번역' 할 수도"



태 의원은 지금까지의 월북 미군 장병들의 사례를 들어, 이 장병의 앞날을 예측했다. 그는 이들이 영어 교사나 번역가로서 북한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시기 월북한 주한 미군 장병들은 첫 몇 년간은 북한에서 거의 구금된 상태에서 철저히 세뇌 교육을 당한 후 북한군 정찰 장교들을 양성하는 군사대학인 '압록강대학'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다"며 "그런데 막상 영어교사로 일을 시켜 보니 북한 군사대학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가르치는데 월북 미군 장병들이 수업 시간에 미국식 발음으로 가르치려고 하여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했다. 후에 학생들은 영국식 발음을 계속하기로 정리했다"고 했다.

또 "그들에게 김일성, 김정일의 노작 번역감수를 시켜 보았으나 주체사상과 철학을 잘 몰라 제 나름대로 번역문을 고쳐 놓아 오히려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며 "그나마 가성비가 좋은 것이 외국에서 밀수로 무단 들여온 미국 영화 대본을 풀어내는 일이었는데 북한 번역원들은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영화를 그들만이 풀어내어 번역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순수혈통주의 北에서 외국인 생활? 감옥과 다름없어"
그러나 '결혼' 문제는 순수혈통주의를 강조하는 북한 체제에서 큰 문제가 될 거라고 했다. 태 의원은 "결혼하면 특수구역 내에 전원주택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생계에 필요한 식품, 난방 등을 보장해야 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며 "해외여행은커녕 평양 시내도 혼자 나올 수 없었고, 상점들에도 자유롭게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생김새가 외국인이어서 평양외국어학원과 외국어대학에 보내 영어를 배우게 했는데 같은 학급 친구들의 집에 놀러 가면 동네에서 외국인이 온 줄 알고 '안전부'(한국의 경찰서)에 신고하여 사회안전원(경찰)이 출동하곤 했다"며 "결국 친구들의 집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태 의원은 "그들의 생은 무기형 감옥생활과 다름없었다"며 "최근 북한이 한미의 대북정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월북한 미군을 당장 돌려보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그의 인권을 위해 미국은 송환 협상을 벌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평양에 있는 외국 대사관을 통해 그에 대한 영사 접근도 시도해야 한다"며 "그의 가족들도 그의 송환 운동을 벌여야 하며 본인도 처벌을 두려워하지 말고 미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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