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의료업계에 증시 자금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다.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가 가장 빠르게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주요 의료 AI 기업 올 들어 5~6배 상승
18일 국내 AI 진단 기업인 뷰노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7.14% 오른 3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초와 비교하면 500.96% 상승했다.이 회사는 치매·뇌질환 등을 조기 진단하는 AI를 개발해 국내외 병원과 기업 등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도 연간 100억원대 영업적자가 예상되지만, 의료 현장에서 AI 진단 기술력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증권가는 2020년 1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올해 150억원, 내년 244억원 등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진단 기업인 루닛의 주가도 올 들어 493.28%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355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주가를 견인했다. 이 회사는 AI 기술을 통해 항암치료 확률을 예측하거나, 적절한 치료법을 제안하는 등 암 진단·치료에 특화된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14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345억원, 내년 500억원 등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 밖에 AI 진단 및 데이터 분석 기업인 제이엘케이와 딥노이드 주가도 올해 각각 636.5%, 122% 급등했다.
◆“중장기 추가 상승 가능성”
AI 의료업체들이 부상하는 이유는 의료 현장에서 관련 기술이 속속 채택되면서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 AI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110억달러(약 13조9000억원)에서 2030년 1880억달러(약 237조9000억원)로 9년 동안 17배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연평균 37% 성장세다.국내 기업들이 AI 진단 및 데이터 분석 영역에 집중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미국 거대 의료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어서다. AI를 활용하는 글로벌 바이오·제약업체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AI 신약 개발 선두주자인 슈뢰딩거(SDGR)는 올 들어 191.37% 상승했고, 엔비디아가 최근 5000만달러를 투자한 바이오업체 리커전도 57.63% 올랐다.
전문가들은 일부 기업의 벨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열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AI 의료업계가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추면서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견실하고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충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기업이라면 주가 조정 이후 ‘재평가(re-rating)’되는 시점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