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방치해 무연고자 신분으로 매장된 망인이더라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시신이 훼손되거나 사라지면 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A씨가 양주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의 형은 정신지체자로 경기 양주시 관할구역 내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중 2011년 12월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다. 양주경찰서는 A씨가 형의 시신을 인수하지 않자 양주시에 처리를 의뢰했다. 양주시는 망인을 무연고자로 처리해 장례를 치른 후 공설묘지에 매장했다. 관할 지자체가 무연고자의 시체를 매장·화장하고 봉안해야 한다는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A씨는 2017년 7월 형의 시신을 이장하기 위해 양주시를 찾았다가 형의 묘지가 훼손되고 유골도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분묘의 훼손이나 유골의 분실을 방지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양주시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1·2심은 “양주시가 망인의 분묘 훼손이나 유골 분실을 방지할 의무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무연고자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나중에라도 나타날 가족이 유골을 인수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현행법엔 시체를 관리할 의무 역시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