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내년 4월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정치권이 ‘개헌 블랙홀’에 빠지지 않도록 최소 수준의 개헌을 제안한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개헌 추진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개헌 이슈가 내년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여야가 모두 찬성하고 대통령과 국민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수준에서 개헌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제안은 대통령 4년 중임제다. 김 의장은 “현행 5년 단임제는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였다는 점에서 이미 그 역사적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국정 구상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공감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는 국회가 복수의 국무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추천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제도다. 김 의장은 “(이 제도를 통해) 국무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책임 총리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야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헌법에 명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앞다퉈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자발적인 약속에 불과해 폐지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 의장은 개헌절차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개헌에 관한 숙의와 공론 절차를 담당할 상설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법 개정 협상이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미 선거구 획정 시한을 석 달 이상 넘긴 만큼 최단 시간에 협상을 마무리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국회의장 임기를 1년 남기고 있는 김 의장은 “협치와 분권의 제도화,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을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소명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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