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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히나 했더니…'폭우·최저임금·공공요금'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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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호우’를 쏟은 장마에 물가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집중호우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영향을 점검 중인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농식품부는 당초 오는 20일로 예정했던 차관 주재 농식품 수급 상황 점검회의를 19일에 앞당겨 열기로 했다.

기재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올 들어 6월까지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11.7% 하락하고,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도 1%에 그치면서 물가가 둔화 흐름을 띨 것이란 분석이었다.

하지만 10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장마에 따른 농경지 침수와 가축 폐사로 농축산물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장마와 세 차례의 태풍으로 수해 규모가 최근 5년간 가장 컸던 2020년에는 수확기 사과와 배추 가격이 평년 대비 각각 92%, 55% 상승했다. 쌀 가격도 흉년으로 전년 대비 14% 뛰었다.

유가도 예상 밖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월 12일 배럴당 67달러가량으로 떨어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한 달 만에 75달러 수준으로 반등했다. 6월 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 발표 등 악재가 이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산유국의 감산과 여행 수요 증가 등의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리기로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는 점도 물가 불안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요금이 추가로 올라간다면 (물가 전망치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사 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최저임금도 3~4%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시간당 9620원에서 협상 결과에 따라 1만원을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1%포인트 인상은 외식과 제품 가격 등에 반영돼 소비자물가를 0.07%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호우 피해는 복구에 속도를 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며 “유가와 공공요금·최저임금 인상 등이 미칠 영향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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