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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산지 초토화…상추·시금치·복숭아 20~30%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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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후반부터 전국 주요 농축산물 산지를 강타한 폭우는 신선식품 유통에 ‘동맥경화’를 불러왔다. 폭우에 피해를 보기 쉬운 엽채류와 수확기를 맞은 청과물 출하가 일시적으로 ‘올스톱’되면서 17일 전국 주요 도매시장이 열리자마자 농산물값이 급등세를 탔다.

축산물 중에선 여름철 보양식으로 수요가 많은 육계의 폐사량이 가장 많았다. 축산물 가격은 아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비가 잦아들고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면 수요가 늘면서 상승 궤적을 그릴 공산이 크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산지 곳곳이 타격
이날 전남 화순군에서 만난 복숭아 농장주 최덕환 씨는 “지난 주말 수확을 앞둔 과실 1000개 이상이 떨어지는 피해를 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1만㎡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복숭아는 껍질에 상처가 나면 곰팡이가 발생하고 물러져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최씨는 “지난해엔 6만 개의 복숭아를 출하했는데, 올해 초 냉해로 수확할 만한 복숭아가 2만 개로 급감했다”며 “올해는 농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주일(10~16일)간 이어진 호우로 피해를 본 전국의 농경지는 이날 오전 기준 여의도 면적(290㏊)의 93.4배인 2만7094㏊에 달한다. 풍수해로 작년 한 해 피해를 본 농경지(4만5077㏊)의 60.1%에 달하는 면적이다. 아직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산지가 많아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폐사한 가축은 57만9000마리로 대부분이 닭(53만3000마리)이었다. 국내 최대 육계 가공업체인 하림의 일부 공장 시설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하림에 따르면 지난 14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의 도계 공장 계류장이 침수됐다.

배수구의 물이 역류하면서 계류장 바닥으로 물이 15㎝가량 차올랐다. 계류장은 농장에서 운송한 닭을 도계 작업 전 잠시 두는 곳이다.
성수기 앞두고 식탁물가 들썩
농산물을 중심으로 출하 물량이 급감하면서 식탁물가에는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이미 올해 들어 봄철 냉해, 초여름 무더위로 작황이 좋지 않던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집중호우까지 더해졌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깻잎(전주 대비 상승률 38.5%), 상추(35.9%), 시금치(28.6%) 등 엽채류는 1주일 전보다 급등한 가격에 거래됐다. 거래가격은 상(上)품 기준으로 깻잎(100속) 2만9889원, 상추(4㎏) 7만3469원, 시금치(4㎏) 5만179원이었다.

수확철을 맞은 백도 복숭아(4㎏)도 19.9% 오른 2만617원에 거래됐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상 요인은 사나흘 뒤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가격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여름 피서철과 추석 연휴까지 앞두고 있어 상승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그플레이션 만성화하나
전문가들은 매년 폭우, 폭염이 이어지는 이상기후가 심화해 장마철을 기점으로 하반기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패턴이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작년 8월 중순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한반도를 덮친 뒤 상추, 당근, 호박 등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급등했다. 여기에 평소보다 이른 추석 연휴 수요까지 더해져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는 9월 5일 사상 최고치인 219.57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신선식품 가격 오름세가 이보다 더 심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3월에는 이상기온으로 따뜻한 날이 이어지다가 4월에 기온이 급강하하며 이미 주요 농작물이 냉해를 입었다. 여기에 폭우가 더해져 농산물 공급량이 급감할 것이란 얘기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안정적으로 농축산물을 공급하는 역할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주요 품종을 변화한 기후에 맞도록 개량하고 다양한 농산물 비축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제/양지윤/화순=임동률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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