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오류라면 다들 건축 설계가 잘못된 줄 압니다. 구조 설계와는 전혀 다른 부분인데 말이죠.”(A건축사사무소 임원)
건축사 1만40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대한건축사협회가 17일 국토교통부를 향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표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5일 국토부 산하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현장 특별점검 결과 발표문에 쓰인 ‘설계 오류’라는 표현을 고쳐 달라는 주장이다. 결과 발표 후 열흘이 지난 시점에 민간 협회가 국토부에 이런 요청을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지난 4월 벌어진 인천 검단신도시(검단자이 안단테)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는 건설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국토부 조사위 결과는 설계 단계부터 감리·시공까지 총체적 부실, 한마디로 ‘모두 잘못했다’는 것이다. 발주처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시공사인 GS건설뿐만이 아니다. 사업에 참여한 감리업체와 건축사무소 등의 신뢰에도 금이 갔다.
하지만 건축사협회의 요구처럼 ‘모두 잘못했다’는 결론은 사고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고, 잘못이 없는 회사는 책임에서 제외해 줘야 한다. 문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책임 소재를 제대로 나눠야 업계 전반에 걸친 신뢰도 하락을 막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건축사협회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건축사협회는 “참여 업체 등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 구조기술사 사무소가 수행한 ‘구조계산 및 구조계획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사 발주청인 LH의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구조계산과 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 사무소가 작성토록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와 무관한 한 건축사사무소 건축사는 “건축사가 건축물을 디자인하면 구조기술사가 구조를 검토하고, 감리가 시공 단계에서 제대로 이뤄지는지 파악한다”며 “이번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를 ‘설계 오류’라고 칭하는 건 설계사에게 독박을 씌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건축 설계 이후 구조 설계, 감리, 건축 인허가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앞단에 있는 설계사까지 묶는 건 가혹한 처사라는 얘기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알려달라”는 건의는 비단 협회만의 요청이 아닐 것이다. 단지 입주예정자는 물론 안전사고의 위협을 느끼는 일반인도 같다. 책임을 명확히 나눠야 향후 정확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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