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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그날 일찍 나갔을까"…오송 사고 유가족들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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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소방 당국이 밤새 실종자를 수색한 끝에 물에 잠긴 충북 청주시 궁평2지하차도에서 4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하면서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도 하나둘씩 전해지고 있다.

충북 청주 서원구 청주의료원에는 이날 오전 1시 25분쯤 주검으로 발견된 버스 운전기사 A(58)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A씨가 소속된 운수업체 기사들 15명가량이 현장에 있었다. 그중 절반은 상복 대신 평상시에 입는 옷을 입고 있었다. 동료기사 채모 씨(66)는 "이날 오전 근무를 끝내고 빈소로 바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버스 생존자들에 따르면 A씨는 “창문을 깨뜨릴 테니 빨리 탈출하라”며 승객들의 탈출을 앞장서서 도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0년 넘게 그와 함께했다는 동료기사 정모 씨(62)는 “오전 출근 시간이 11시인데도 항상 3시간씩 일찍 나와 사무실을 청소하면서 하루를 준비하는 성실한 직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특성상 물이 차올랐을 때 시동이 갑자기 꺼지면서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면서 "승객들에게 먼저 창문을 깨고 대피하라고 했다고 들었는데, 평소에도 그렇게 모범적인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장례식장 1층에 마련된 A씨의 빈소에는 운수회사, 장애인 봉사단체 등에서 보낸 근조 화환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또 다른 희생자의 주검이 안치된 청주 청원구 효성병원 장례식장. 이날 오전 6시20분쯤 발견된 20대 여성 B씨의 빈소가 마련된 곳이었다. 언론 인터뷰를 거절한 B씨의 아버지는 딸의 부고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장례식장 바깥에서 허공을 멍하니 쳐다봤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왜 하필 그날 아침 일찍 그렇게 나갔을까"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B씨의 친구들로 보이는 20대 여성 3명은 오후 3시 반께 건물 1층에 있는 현금인출기(ATM)에서 돈을 인출했지만, 빈소까지는 가지 못하고 결국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이날 오전 이범석 청주시장도 조문하러 왔다가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나온 공무원은 ”D씨 유족들이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해 외부인은 물론 지인들 조문도 안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아파트 환경미화원 70대 여성 두 명, 직장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사회초년생 등도 이번 참사에서 안타깝게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1시 행정안전부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 9명에서 13명으로 늘었다. 경찰에 접수된 실종자 12명 중 11명과 실종 접수되지 않았던 2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소방 당국은 마지막 실종 신고자를 포함해 최소 1명 이상이 아직 지하차도에 고립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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