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공모주의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공모가 대비 최대 400%로 확대하고 한달 가까이 지났다. 이후 상장된 종목은 거래 둘째날 상·하한가를 찍지 않고 비교적 빨리 가격 안정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첫날 가격제한폭 확대로 '교보증권 광클맨' 같은 매수주문 싹쓸이도 없어졌다.
17일 거래소에 따르면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제한폭이 기존 63~260%에서 60~400%로 확대되고 나서 지금까지 모두 7개 종목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들의 상장 당일 종가는 공모가 대비 최대 340.50%(교보14호스팩), 최저 105.50%(하나29호스팩)였다. 기존 가격제한폭 상한(260%)을 넘어선 종목은 교보14호스팩과 시큐센(305%) 두 개였다.
앞서 거래소는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제한폭 범위를 변경했고 지난달 26일부터 바뀐 제도를 적용했다. 기존에는 공모가의 90~200% 범위 내에서 시초가를 정한 뒤 여타 종목과 같은 ±30%를 거래 첫날부터 적용했으나, 바뀐 제도는 공모가를 그대로 시초가로 하고 가격제한폭을 첫날에 한해 60~400%로 확대했다.
7개 종목의 첫날 가격 변동은 컸지만 둘째날부터는 주가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종목 가운데 둘째날 가격이 상·하한가(±30%)에 도달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둘째날 가격변동폭이 가장 컸던 건 -25.59%(DB금융스팩11호)였고, 0.24%(하나29호스팩)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상장 첫날 가격이 상한가에 걸리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교보증권 광클맨으로 잘 알려진 '상한가 굳히기' 사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장 첫날 260% 제한에 걸리면 다음날 더 오를 거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첫날 제한에 걸리지 않으면 다음날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회전율(거래량/상장주식 수×100%)은 높아졌다. 제도 변경 전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종목은 상장 당일 회전율이 대부분 100%를 넘지 않았고, 1~2% 수준인 종목도 많았다. 그러나 제도 변경 뒤 상장된 7개 종목의 거래량은 최저 62.5%(하나29호스팩)에서 최대 2174.7%(교보14호스팩)였다.
회전율이 높다는 건 단기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단기 투자가 목적이었던 사람으로 하여금 빨리 손을 털게 해 가격 안정을 조기에 도모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전에는 가격제한에 도달하는 경우 사실상 거래가 중단돼 다양한 투자자의 의견이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회전율이 높다는 건 투자자의 다양한 의견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