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시장 1위 '뷰즈' 국내 출격
17일 한국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BAT로스만스는 이르면 이달 중 제품 ‘뷰즈’를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뷰즈는 미국 담배회사 RJ레이놀즈가 지난 2013년 처음 출시한 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그룹은 지난 2017년 RJ레이놀즈를 인수한 이후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였던 ‘바이프’와 뷰즈의 브랜드를 통합했다. BAT그룹의 국내 법인인 BAT로스만스는 그동안 국내 시장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은 내놓지 않았다.한국 전자담배 시장을 나눠갖고 있는 ‘빅3’ 업체가 국내에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출시하는 건 4년만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에 주입한 니코틴을 함유한 액상(니코틴 액상)을 코일로 가열하는 방식의 전자담배다. 앞서 KT&G는 지난 2019년 5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인 ‘릴 베이퍼’를 출시했지만 이듬해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쥴’의 쥴랩스도 2020년 국내 시장에 진출 1년 만에 철수했다.
배경엔 2019년 10월 보건복지부의 ‘사용중단 강력 권고’가 있었다. 정부는 당시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손상 발병 사례가 이어지자 이같은 권고 조치를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두 달 뒤 쥴 등 일부 제품에서 중증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며 쐐기를 박았다. 정부의 사용중단 권고 조치 1년만인 2020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전년대비 97.6% 급감하며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가 시장에서 퇴출됐다.
'무주공산' 액상형 전자담배로 반전 가능할까
뷰즈 출시는 전자담배 시장에서 좀처럼 점유율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BAT로스만스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BAT의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11%로 KT&G(49%), 필립모리스(40%)에 이어 3위에 그쳤다. 3사가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을 처음 출시한 2017년 당시(10%)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4050세대를 중심으로 내수시장을 사로잡은 KT&G와 전세계적인 ‘아이코스 열풍’을 앞세워 젊은층을 사로잡은 필립모리스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대형 담배 제조업체들이 빠지며 무주공산이 된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점령하겠단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기준 951억원이었다. 쥴과 릴 베이퍼 등이 출시됐던 2019년(1609억원)에 비해선 43.7% 감소했지만 그 전년도인 2018년(980억원)과는 비슷한 규모다. 이 시장은 현재 제품 ‘버블몬’을 앞세운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전문업체 킴리코리아와 액상형 전자담배 전문 판매점을 통한 중소형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BAT로스만스는 대형 업체의 안정적인 제품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건은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여전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보건복지부가 사용 중단 권고 조치를 취소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사이 궐련형 제품들은 전자담배 시장 전체를 사실상 장악했다. BAT로스만스는 뷰즈가 미국 FDA가 유일하게 승인한 전자담배 제품이라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쥴의 위험성을 부각했던 FDA는 지난 2021년 전자담배 제품 중엔 처음으로 뷰즈를 승인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불안하다고 각인된 소비자 인식을 뛰어넘는 게 관건”이라며 “정부의 사용 중단 권고 조치로 인해 대형 업체들이 빠지며 그동안 음성화됐던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양성화 효과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