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시디어스' 1편이 국내에 개봉한 건 10년도 더 된 2012년이다. 영혼 세계로 통하는 '빨간 문'을 열게 된 램버트 가족이 정체불명의 악귀들한테 쫓기는 이야기를 그렸다. 속편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2013)은 악령에게 몸을 잠식당한 아버지 조쉬(패트릭 윌슨 분)를 아들 달튼(타이 심프킨스 분)이 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19일 개봉하는 '인시디어스: 빨간 문'(이하 '빨간 문')은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시점을 다룬다. 최면을 통해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 살아가던 조쉬와 달튼 부자(父子)가 다시 한번 '빨간 문'을 열면서 겪는 기이한 일을 그렸다. 전작의 호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족애의 서사는 한 층 끌어올렸다.
영화는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지만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진다. 당시 9살 소년이었던 달튼은 어엿한 미대생이 됐다. 중년이 된 조쉬는 얼굴에 주름도 깊어지고, 드문드문 흰머리가 난 모습이다. 전작에서 다정했던 조쉬와 달튼은 어딘가 서먹해졌다.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가벼운 통화를 하는 것도 어색할 따름이다.
그 이유는 완전히 지운 줄 알았던 과거의 잔상이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달튼의 잠재의식에는 악령에 씌어 가족을 헤치려 한 아버지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그 무렵 조쉬도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자기를 쫓는 환상에 시달린다. 결국 달튼이 무의식중에 '빨간 문'을 그려내자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기 시작한다.
익숙한 이름들이 시리즈의 정통성을 이어갔다. 전편들에서 제작과 감독으로 참여한 할리우드 '공포 거장' 두 사람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2010)를 제작한 제이슨 블룸과 '쏘우'(2004) '컨저링'(2013) 등을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에 함께했다.
그래서인지 전작에서 자주 활용된 '점프 스케어(불쑥 튀어나와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출)'가 계속 등장한다. 귀신이 등장할 시점이란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받던 조쉬가 발밑에서 달려오는 악령과 마주치는 장면이 압권이다. 좁은 기기 안에서 꼼짝 못 하는 그의 처지와 한 몸이 된 듯한 오싹한 경험을 선사한다.
주연부터 아역까지 전편 배우들도 그대로 캐스팅됐다. 이번에 직접 메가폰을 잡은 패트릭 윌슨을 비롯해 타이 심프킨스, 앤드루 애스터, 로즈 번 등 램버트 가족 구성원들이 다시 뭉쳤다. 제작자 제이슨 블룸은 "기존 출연진을 다시 모아 램버트 이야기를 마무리해서 기쁘다. 특히 아역 배우들이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을 통해 한 가족이 삶을 헤쳐 나가면서 자신의 길을 찾는다는 점을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호러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가족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빨간 문'은 조쉬와 달튼 부자가 오해를 딛고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4편인 '인시디어스: 라스트 키'(2018)에서 악령 '키 페이스'에 얽힌 서사를 깊이 있게 다룬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악령은 단지 가족의 시련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107분 동안 계속되는 공포를 견디면 조쉬·달튼 부자가 건네는 묵직한 감동이 보상으로 찾아온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