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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展 열자 세계 600개 기업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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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반도체의 획기적인 발전은 여기서 시작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있는 전시장인 모스콘센터에 들어서자 거대한 현수막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전날 개막해 사흘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북미 최대 반도체 소재·장비 전시회 ‘세미콘 웨스트 2023’에서 내세운 슬로건이다. 코로나19 사태로 3년 만에 100% 오프라인 행사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선 세계 반도체 기업을 대거 유치한 미국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 세미콘 웨스트엔 600곳이 넘는 업체가 총 995개의 부스를 차리고 홍보전에 나섰다. 작년보다 34% 늘어난 수치다. 미국과 한국, 독일, 일본, 대만 등에서 행사장을 찾은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부스를 오가며 정보 교환에 나섰다. 이 전시회를 주관하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아메리카의 조 스토쿠나스 회장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내에서 건설을 시작한 반도체 생산라인이 18곳에 달하는 만큼 소재·장비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전시회 입장권 판매량도 전년 대비 37% 늘어난 3만 장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참가 업체들도 미국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밝게 봤다. 참가 업체 관계자들은 “올해 매출이 20~25% 증가하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미국 정부가 앞장서 반도체산업에 760억달러(약 97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퍼부으며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유치전에 나선 것과 관련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강조한 ‘아메리칸 퍼스트’ 전략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첨단 제조업 육성’으로 간판만 바꿔 단 채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 등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 생태계 확장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리넬 매케이 미 상무부 칩스 프로그램 오피스 국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3억달러 미만 프로젝트에 대한 인센티브도 총투자액의 5~15% 비율로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형 한국 반도체 기업도 미국에 진출하면 3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비율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곧 세부적인 지원금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보조금 지원을 전제로 중국 내 생산능력 확대 제한, 영업 기밀인 생산장비 및 원료명 제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 반도체 부품업계는 “껄끄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한 부품업체 연구원은 “시장과 자본을 쥔 나라에서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기업 유치에 나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큰 시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 한국관 11개를 포함해 총 54개 한국 기업이 부스를 차렸다. 12일엔 KOTRA 주관으로 한·미 기업인들의 네트워킹 행사인 ‘코러스 유나이티드’도 열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반도체 큰 장’이 선 미국 수출 활로를 넓히기 위해서다. 전시회에서 만난 한 반도체 부품업체 대표는 “한국에선 삼성전자가 1·2분기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한기가 돌고 있다”며 “기업 유치전이 달아오른 미국과 온도 차가 크다”고 말했다. 매케이 국장은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통해 공급망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반도체 중소기업도 미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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