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찍으며 새 운반선 가격에 육박했다. 한국 조선사를 중심으로 수주가 몰리며 LNG선 인도가 2026년 이후로 미뤄지자 중고선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중고선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아 LNG 신조선 가격도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5년 된 중고 LNG선(17만4000㎥ 기준) 거래가격은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에 달했다. 2021년 6월 1억7000만달러, 2022년 6월 1억8500만달러에서 계속 뛰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LNG 운반 신조선 가격이 지난달 2억6000만달러였음을 고려하면 96%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이보다 작은 13만8000~14만㎥ LNG선 가격도 2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을 단기간 운영하다 중고로 넘기는 투자형 선사들이 있는데, 이들에 선박을 팔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LNG선을 분주히 발주하고 있지만, 한국 조선사들이 3년치 일감을 수주한 터라 당장 배를 구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7년, 삼성중공업은 2028년 인도할 예정인 LNG선을 최근 수주했다. 통상 2년가량 걸리는 인도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LNG선 호황이 이 시기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탈(脫)탄소를 위해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유럽 등에서 LNG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면서 LNG를 각국으로 옮기는 운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 각국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LNG 수입을 계속 늘리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7일 해운 부문의 탄소 중립 목표를 수정한 것도 친환경 선박 ‘발주 러시’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20~30%, 2040년까지 70~80% 감축하고 2050년 또는 그 무렵까지 ‘제로’로 줄여야 하는 목표다. LNG를 동력으로 쓰는 LNG선뿐 아니라 메탄올선 등 친환경 선박에서 기술 우위를 지닌 한국 조선사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 3사의 주가도 뛰고 있다. 이날 삼성중공업 주가는 전일 대비 8.36% 급등한 817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한국조선해양은 3.23% 상승했다. 한화오션도 2.45% 올랐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