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대테러, 사이버 방위 등 11개 분야에서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처음 참석한 NATO 정상회의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연대를 확인했다면 이번에 ITPP를 통해 안보와 경제 협력 등을 제도화하는 틀을 마련한 것이다. 합의 내용을 보면 한·NATO 간 신(新)협력의 지평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군이 NATO 훈련에 참여하고 인공지능(AI), 우주, 미사일, 양자기술, 기후변화, 방위산업 협력까지 망라하고 있다. 게다가 어제 NATO의 군사 정보수집시스템(BICES) 참여까지 발표됐다. NATO 동맹국 간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정보망에 참여하면 북한 핵·미사일 개발 관련 등 정보 수집의 폭이 한층 넓어진다.
한·NATO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지정학적 범위를 넘어 안보 패러다임의 대변혁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신냉전을 초래한 러시아, 패권 야욕을 노골화하는 중국, 도발을 일삼는 북한의 결속 강화는 세계 안보질서를 흔들어 자유진영 가치 동맹 공고화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북한은 미국 정찰기의 통상적인 비행을 문제 삼아 배타적 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고 하더니 어제는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비호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NATO를 통한 자유진영 결집은 더욱 중요해졌다. 게다가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던 스웨덴까지 회원국이 되면서 NATO의 위상은 자유진영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NATO는 한국을 비롯해 아·태 지역 파트너인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도 결속을 다지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한국은 비록 옵서버 자격이지만, NATO와의 유대 강화는 안보 네트워크를 촘촘히 하고 외교의 저변을 한층 넓힌 전환점으로 봐도 좋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확고하게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양측의 협력 강화는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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