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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제약 CEO들이 이른 아침 모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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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스포츠 유망주가 자만과 돌이킬 수 없는 일탈로 잊혀져가는 소식을 가끔 접한다. 탁월한 기량이, 장밋빛 미래가 안타깝지만 주변의 찬사에 취한 나머지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을 때의 대가는 냉혹할 수밖에 없다. 개인도 그러한 마당에 한 국가의 미래,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산업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 5일 오전 7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연구개발 담당 사장 등 100여 명이 서울의 한 호텔 행사장에 모였다. 올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마련한 회원사 CEO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CEO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 등 밝은 표정 속에서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행사 참석을 사전에 요청하면서 국내외 주요 환경 변화를 공유하는 동시에 ‘산업 발전과 국민 기대 부응을 다짐하는 결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안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우리 산업을 이끄는 CEO들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설렘 한편에 무거운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의 가치와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우리나라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바이오의약품 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받는 등 위상이 높아졌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옷깃을 여미는 바른 자세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협회장으로서 그날 CEO들에게 건넨 공식 인사말에 이런 심경의 일단을 숨김없이 전했다. “과거 공정경쟁 기조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비판이 제기됐고, 무엇보다 그간 쌓아 올렸던 산업의 신뢰와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렸습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에 따라 후발의약품을 시장에 신속히 진입시키려는 경쟁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더 이상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아무리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육성지원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기업이 밤낮으로 연구개발 혁신과 도전에 공을 들인다고 해도 윤리경영에 기반한 대국민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허사에 그칠 뿐이다.

다행히 제약바이오 CEO들도 이 같은 상황 인식에 공감하면서 전폭적으로 뜻을 모아줬다. 두 시간여 진행된 행사 말미에 만장일치로 공동 결의문을 채택했다. 공동 결의문은 “윤리경영 없이는 기업의 미래도 없다는 각오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확립에 앞장설 것”이라는 다짐으로 끝을 맺었다.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국민 생명과 건강의 최후 보루가 되려면 국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며, 우리의 공동 결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그 해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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