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지’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3구역 설계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설계안이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안과 지구단위계획 등을 통해 제시한 용적률 상한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오는 15일로 예정된 설계업체 선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압구정3구역 설계공모전에는 국내 상위권 설계사무소인 해안건축과 희림건축(투시도)이 해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 중이다. 해안건축은 11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확정 발표는 300%가 압구정3구역에 맞는 용적률이라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라며 “희림건축이 제안한 용적률은 단순한 공모 지침 위반이 아니라 현행 규정 및 정책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압구정3구역을 포함해 2~5구역의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고 층수를 기존 35층에서 50층 내외로 상향하는 혜택을 주되 공공임대주택과 분양가구 간 소셜믹스(임대·분양 거주 형태 혼합) 및 공공보행로 조성 등 시민의 한강 향유를 위한 공공성 강화를 유도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희림이 제안한 용적률 기준이다. 희림은 최대 용적률 360%, 최고 72층에 건폐율 73%로 18개 동, 5974가구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분양면적을 늘려 6조원 상당의 조합원 재산 가치 상승을 실현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해안은 “희림의 설계안이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최대한도(300% 이하)를 초과해 공모지침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발해 지난 5일 전시관 운영을 중단했다가 재개하기도 했다. 해안은 신통기획안대로 최대 용적률 300%를 적용해 최고 75층에 건폐율 15%, 13개 동, 5214가구 규모의 설계안을 제시했다.
조합도 희림의 제안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실격 처리 등 권한은 없어 예정대로 15일 조합총회까지 투표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희림 측은 “지능형 건축물과 장수명 주택, 제로에너지 건축물 등 건축법과 주택법상 인센티브를 모두 적용하면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날 “희림과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가 재건축 정비사업 건축설계 공모지침을 위반했다”며 사기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로 업체를 고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사 선정을 앞두고 시가 제시한 용적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시해 조합원·주민 등을 현혹한 혐의”라며 “신통기획안대로 지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왜곡된 설계로 주민을 현혹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설계사에는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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