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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징용피해자 측 "정부 제3자 변제 공탁, 피해자 또 죽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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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변제 해법' 수용을 거부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소송 원고 측이 정부의 배상금 공탁 결정에 대해 "피해자를 또 죽이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생존원고 대리인들과 피해 가족은 11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 정문에서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미쓰비시 히로시마 중공업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의 장남 정종건씨와 일본제철 강제징용 생존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녀 이고운씨와 장남 이창환씨가 참석했다.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가족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폭우로 불참했다.

정종건씨는 "(정부가) 제3자 변제라는 이상한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법을 스스로 우습게 만들고 있다. 공탁은 전면 무효"라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에서 사과와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피해자 4명이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자 이달 초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의 명확한 반대 의사 표명에 법원은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고운씨는 '죽을 때까지 공탁을 반대할 것'이라는 부친 이춘식 할아버지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이씨는 "이겼던 재판을 무마시키며 공탁을 건다는 것은 아버지뿐 아니라 돌아가신 피해자분들도 다시 죽이는 것과 똑같다"며 "정부와 타협은 없다. 일본 정부로부터 당연히 사죄받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정부 공탁의 핵심은 채권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빼앗겠다는 것이고 30년 넘게 소송해온 사람이 받은 판결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심규선 재단 이사장을 만나 더 이상 공탁 절차를 진행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심 이사장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임 변호사는 전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했으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5명 중 11명이 이를 수용했다.

정부는 이춘식 할아버지를 비롯한 나머지 피해자 4명이 이 방식을 거부하자, 지난 3일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카드를 꺼냈으나 법원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제동이 걸렸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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