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이번주 만찬 회동을 한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 자리를 놓고 다퉜던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이 총리가 지난달 귀국한 이후 처음이다.
이재명계와 이낙연계가 야당의 혁신 방향성 등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만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이번주 만찬 회동을 하기로 하고 구체적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이 대표 측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가 전남지사 시절부터 ‘막걸리 지사’로 유명했던 만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두 전·현직 대표가 만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의 귀국 소식에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라며 반색한 것과 달리 이 전 대표는 귀국 후 ‘이재명 체제’ 민주당에 대해 우회적으로 여러 차례 쓴소리를 해왔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미흡한 점이 많아 지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계신 것 같다”며 “민주당은 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에 중심을 두고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계에서는 “이번 만남은 민주당 내부의 화합을 도모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재명계의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돈 봉투 사건 등으로) 민주당의 상황이 굉장히 어려운 만큼 당의 지도자인 두 분이 만나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데 뜻을 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만남을 내부 불만을 단속하는 ‘이벤트’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주도해 진행한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사는 당에 해만 입혔고 두 번째로 구성된 김은경 혁신위도 편파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대표가 지금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변화할 의지를 보여야 이 전 대표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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