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는 압축력을 책임지고, 철근은 인장력을 책임집니다."
필자가 매 학기 열리는 부동산기술론 수업 첫날에 항상 하는 얘기입니다. 부동산, 특히 건물을 건설하는 개발사(디벨로퍼), 설계자, 금융사는 물론 건설회사 임직원까지도 가장 기본을 알아야 제대로 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조는 철근콘크리트입니다. 19세기 말 개발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건축 구조 재료로 장점이 많아서입니다.
내진, 내화, 내구, 내풍 성능이 뛰어나고 설계와 형태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철근콘크리트 재료만 가지고 멋진 건축물을 국내외에 시공해 유명해질 정도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최근엔 고층 아파트에도 철근 콘크리트를 많이 사용합니다. 철골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대규모 슬라브를 만들어도 울림이나 처짐이 없어서입니다. 제대로 시공만 된다면 100년 이상 수명을 자랑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자체 중량이 무거워 저층 부분의 기둥 사이즈는 철골에 비해 훨씬 커야만 하고,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균질한 시공이 잘 안될 수 있습니다. 숙련된 노동자가 반드시 타설을 해야 하는데 비숙련자가 타설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철골에 비해 저렴하지만 공기가 길고 철거하면 대부분 건설폐기물로 분류됩니다. 재활용이 안 된단 얘기로 산업계 전반적으로 불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역행하는 재료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건설회사는 철근 콘크리트로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단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번에 주차장이 붕괴한 검단신도시 아파트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 모래, 자갈을 적정비율로 섞어서 만드는데 현장까지 오는 동안 굳지 않기 위해 레미콘 트럭의 바스켓을 계속 회전시킵니다. 이후 바로 현장에서 펌프카를 통해 거푸집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최종 구조체를 완성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균질한 시공과 물시멘트비(W/C)입니다.
거푸집에는 각종 철근이 설계 도면에 의해 배근이 되는데 철근이 복잡하면 골재가 섞여 있는 콘크리트가 밑부분까지 제대로 못 들어가 공극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레미콘 공장에서는 물시멘트비를 완벽하게 맞춰서 출하하는데 비가 오는 날 콘크리트를 타설하게 되면 물의 비율이 올라가면서 당연히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나올 수 없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공기 때문에 웬만큼 비가 오는 날에는 그대로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하는데 이는 감독관이나 감리자는 물론 수분양자들께서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장마 기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아파트 현장이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원래 비가 오는 날은 현장이 쉰다고 하죠?
일부 내부인테리어 작업이나 지하층 공사는 할 수 있어도 가장 기본인 건축 구조에 대한 공사는 반드시 규정을 지켜서 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는 후진국형 대형 아파트 건설 현장 사고가 반복되면 안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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