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정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유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노선안이 지난 5월 갑자기 변경됐고, 바뀐 노선의 종점인 양평군 강상면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어 특혜”라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애초 대안 노선은 양평군이 제시했고, 확정된 상태도 아니라는 국토교통부 해명은 우이독경이었다. 변경된 노선의 종점이 나들목이 아니라 분기점이기 때문에 지가 상승 가능성이 없다는 반론에도 야당은 오히려 공세를 키웠다. 그렇다고 해도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하루아침에 정부 사업을 접겠다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대응 역시 과했다. ‘오죽했으면…’이라는 여론도 있지만, 정책 수행과 행정은 원래가 부처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노선을 변경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원안과 대안 노선을 올려놓고 비용 대비 편익 등 경제성과 타당성을 따져 풀면 될 일이다. 그런데 야당이 ‘한 건 잡았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선동에 나선 것이나 주무장관이 격한 맞대응을 한 것이나 모두 선을 넘었다. 극단적 후진 정치가 빚은 꼴불견이다. 양평군의 15년 숙원사업은 정쟁에 휘말린 지 며칠 만에 백지화 위기를 맞았다. 이 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양평까지 1시간30분도 걸리던 차량 이동시간이 15분대로 줄어 이곳과 인근 강원도까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극단의 정치 속에 양평 군민의 염원과 서울 시민, 경기·강원 도민 편의가 매몰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주요 국책 사업이 낡은 이념과 저급한 정쟁의 희생양이 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국민 뜻을 무시한 4대강 보(洑) 해체가 대표적이다. 갖가지 국가사업을 둘러싼 소모적 정치 공세가 총선까지 확전 일로로 번질까 겁난다. 이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그 책임은 누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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