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트위터를 겨냥한 소셜미디어(SNS) ‘스레드(Threads)’가 출시되자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테슬라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신경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6일(이하 현지시간) 스레드 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앞선 5일 출시 후 채 하루도 안 지난 시점이다. 트위터 팔로워가 약 6300만명에 달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42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스레드 계정을 여는 등 유입세가 시작됐다.
스레드는 텍스트로 실시간 소식을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SNS다. 사진이나 최대 5분 분량 동영상도 올릴 수 있다. 게시물당 500자까지 쓸 수 있는 등 전반적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트위터와 유사하다. 다만 해시태그, 다이렉트 메시지(DM) 기능은 없고 트위터에 비해 익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트위터에 위협적인 대목은 스레드가 기존 이용자만 20억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과 연동된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스레드로 유입될 경우 금세 트위터를 따라잡을 전망. 트위터와 비슷하단 점도 베끼기 논란은 있을지언정 익숙한 UI를 채택해 ‘대체재’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게다가 머스크 창업자의 트위터 인수 이후 유료화 시도, 정치색 논란 등으로 트위터를 떠나려는 이용자들에겐 스레드가 대안이 될 만하다. 타이밍도 좋다. 트위터는 최근 하루에 볼 수 있는 게시물 수를 제한하는 조치로 이용자들이 반발하던 참이었다. 스레드는 일단 무료인 데다 기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익숙한 이용자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스레드를 가리켜 “트위터 킬러”란 표현을 쓴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앞서 “한 판 붙자”며 이목을 집중시킨 머스크 창업자와 저커버그 CEO, 두 거물의 신경전은 스레드 출시로 더 뜨거워지게 생겼다.
머스크 창업자는 이날 트위터에 “경쟁은 좋지만, 부정행위는 그렇지 않다(Competition is fine, cheating is not)”고 썼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스레드가 트위터를 사실상 표절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복사해 붙이기(Ctrl+C+V 키보드)’ 이미지를 올린 트윗에도 눈물 흘리며 웃는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스레드가 트위터를 복제했다는 취지의 게시물에 공감을 표한 셈이다. 실제로 트위터는 스레드에 지식재산권 침해를 중단하라는 골자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저커버그 CEO는 스레드에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공개 대화 앱(애플리케이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트위터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 우리가 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성 문제를 놓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머스크 창업자는 “인스타그램에서 고통을 숨기고 가짜 행복을 찾느니 트위터에서 낯선 사람에게 공격을 받는 게 낫다”며 인스타그램 기반의 스레드를 깎아내렸다. 반면 저커버그 CEO는 “스레드는 친근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 익명성 기반으로 혐오·차별 발언의 온상이 됐다고 비판받는 트위터를 에둘러 저격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