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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돈풀기 같은 포퓰리즘이 국가경쟁력 떨어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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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발표한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64개국 중 28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27위)보다 한 계단 떨어진 순위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 국가재정(나라 살림)을 방만하게 운영한 결과 재정적자가 악화하고 국가채무가 늘면서 ‘재정 경쟁력’이 지난해 32위에서 40위로 여덟 계단 추락한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돈풀기 포퓰리즘이 국가경쟁력 순위를 떨어뜨렸다는 평가입니다.

IMD는 매년 4대 분야(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를 평가해 국가별 순위를 매깁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성과’가 22위에서 14위로 껑충 뛰었고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는 모두 작년과 같은 순위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정부의 ‘돈 풀기’ 정책 후유증으로 ‘정부 효율성’ 평가에서만 순위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번 결과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커졌기 때문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8년 35.9%에서 지난해 49.6%로 뛰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재정 위기 불감증으로 내년에도 이런 추세를 막을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IMD와 세계경제포럼(WEF) 등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 대해 알아봅시다.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려면 경쟁 제한적 정책을 폐지하고 친시장적 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해봅시다.
국가경쟁력 실점 요인 보완해야
더 나은 나라 만들 수 있어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나라를 비교할 수 있는 다양한 지수(index)가 등장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해외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나, 국제기구가 개별 국가에 대한 원조전략을 수립할 때처럼 국가 간 비교를 위한 지수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국가경쟁력 지수를 비롯해 불투명성(opacity)지수, 부패지수, 세계화지수, 민주화지수, 전자정부화지수, 행복지수 등이 그런 예입니다.

IMD와 WEF의 평가

국가경쟁력 지수를 발표하는 대표적인 기관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입니다. IMD는 1989년부터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해왔습니다. 4대 분야(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를 기준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데, 각 분야는 5개 세부 부문으로 이뤄집니다. 그러니까 총 20개 부문을 평가하는 것이죠.

분야별 세부 부문은 경제 성과의 경우 국내경제, 국제무역, 국제투자, 고용, 물가 등이고, 정부 효율성은 재정, 조세정책, 제도여건, 기업여건, 사회여건 등입니다. 기업 효율성은 생산성, 노동시장, 금융시장, 경영관행, 태도·가치 등이며, 인프라는 기본인프라, 기술인프라, 과학인프라, 보건환경, 교육 등입니다.

IMD는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를 위해 통계자료 163개와 설문조사 문항 94개를 활용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순위가 상승한 세부 부문은 국내경제, 국제투자, 고용, 물가, 노동시장, 경영관행, 태도·가치, 과학인프라, 보건환경, 교육 등입니다. 이 중 고용의 경우 4위로 평가받았는데 고용률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와 제조업 취업자 수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결과라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인구 고령화가 향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에 큰 부담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WEF는 1993년부터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 교수가 1990년 제시한 국가경쟁력 분석 이론인 ‘다이아몬드 모델’이 WEF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터 교수는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생산요소 조건, 시장수요 조건, 연관산업, 경영여건, 정부 등을 제시했습니다. WEF는 2020년부터 국가경쟁력 평가를 중단했습니다.

IMD와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그동안 국가경쟁력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측정(평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각종 통계자료와 함께 설문조사 결과를 사용하는데 설문 대상자의 타당성과 대표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측정(평가)에 쓰이는 자료가 바뀌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국가경쟁력 지수를 연도별로 비교하려는데 각 연도에 쓰인 자료가 다르다면 지수가 변화한 게 해당 국가의 경쟁력이 바뀌었기 때문인지, 자료가 달라졌기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국정운영 평가 수단

국가경쟁력 평가에 이런 약점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론 매우 유용합니다. 국가경쟁력 평가는 ‘개별 국가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총체적 능력’을 평가하려고 경제적 지표는 물론이고 정부 정책과 사회적 인프라 관련 지표를 포함해 수백 개 자료를 활용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료들에 대한 국가 간 비교 결과를 제공합니다. 각국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분야별로 상대적 우위와 열위를 확인하고 국가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국가경쟁력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국가경쟁력 지수를 정책결정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객관적 수단이란 점에서도 유용합니다. IMD의 이번 평가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이라는 실정(失政)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국가경쟁력 평가라는 객관적 결과가 지적하는 우리의 문제와 약점을 잘 살피고 보완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더 나은 삶을 누리는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방법을 정리해보자.

2. 국가경쟁력 평가의 약점을 설명해보자.

3. 국가경쟁력 평가의 유용성에 대해 토론해보자.
노동개혁 같은 친시장적 정책이
국가경쟁력 수준을 끌어올리죠

정부 규제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습니다. 이에 근거한 ‘규제개혁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 역시 오랫동안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알아볼까요.

규제를 통한 정부의 역할

국가경쟁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목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장기적인 번영입니다. 경제 성장과 번영은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견인합니다. 달리 말하면 기업의 생산과 경영이 얼마나 효율적인지에 따라 국가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업의 생산 및 경영효율성이 국가경쟁력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기업의 생산과 경영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자본과 노동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개별 기업이 결정하지만, 자본과 노동이 안정적으로 기업에 공급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의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정부는 이런 역할을 규제정책을 통해 수행합니다.

정부가 규제를 제대로 만들어 집행하면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은 예측 가능한 경제환경 속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포획이론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규제는 국가경쟁력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규제와 국가경쟁력의 관계에 대해선 오랫동안 부정적 인식이 우세했습니다. 그 이유는 규제의 부정적 측면을 지적한 포획이론(capture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포획이론은 198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티글러가 제시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규제기관이 규제를 당하는 소수 집단에 의해 포획당하고, 그 결과 규제가 소수 피규제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스티글러는 “규제는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정치적으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수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인이나 규제기관이 규제를 만들게 하면 그 규제로 사회적 후생손실(social deadweight loss)이 발생하고, 후생손실은 자원낭비와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므로 결국 국가경쟁력과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규제 약해야 국가경쟁력 높아져

포획이론의 설명처럼 현실에서도 규제가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칠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정부 규제가 해당 국가들의 국가경쟁력 지수(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연구 보고서(고려대 행정학과 최진욱 교수)가 있습니다. OECD 30개 회원국의 2004년 현재 IMD 국가경쟁력 지수가 전년도 정부 규제 수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종합적인 규제 정도가 약화될 경우 국가경쟁력 지수는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인 규제정책 중에서는 기업들의 신규 사업 진출과 관련된 규제가 다른 규제정책에 비해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고서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를 키우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상당한 재원을 확보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이에 비해 규제개혁은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면 되므로 이런 부담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노동규제가 사업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가 지난해 44위에서 37위로 상승했습니다. 순위 상승이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조사 대상 64개국 중 37위라는 점은 여전히 노동규제 개혁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2004년 연구보고서뿐 아니라 대다수 경제학자가 공감하듯, 규제개혁을 통해 경쟁을 제한하는 정책을 폐지하고 친시장적 정책을 사용해야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아울러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없이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논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NIE 포인트
1. 국가경쟁력에서 기업의 역할을 생각해보자.

2. 포획이론이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3. 정부규제와 국가경쟁력의 관계를 설명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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