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1분기 한국은행에서 31조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 수입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정부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당겨쓴 것이다.
한은이 6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국채 발행과 한은 대출 등으로 조달한 자금은 7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보다 1조9000억원 줄었지만 자산에 해당하는 자금운용액이 65조9000억원에서 51조6000억원으로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며 순자금조달(자금조달-자금운용)이 10조7000억원에서 23조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코로나19로 국채 발행이 확대된 2020년 2분기 36조3000억원 후 가장 큰 규모다.
정부의 자금조달 현황을 보면 금융기관 차입이 31조원으로 작년 1분기 11조6000억원 대비 세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금융기관 차입은 한은 일시 차입을 뜻한다. 올해 초 국세 수입이 예상만큼 들어오지 않으면서 자금이 부족해진 정부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쓴 것이다. 한은은 31조원의 차입액은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한은 일시 차입금은 내년 1월 20일까지 상환을 완료해야 한다. 정부 결산 등을 감안하면 연말 이전에 갚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는 지난 4월 걷은 법인세로 20조원가량을 갚아 당시 차입금 잔액을 10조원 안팎까지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세수 펑크가 2분기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걷힌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3조9000억원 급감한 것으로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이 같은 세수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 한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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