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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치솟았던 미국 에너지기업 주가가 올 들어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잇따라 하향되고 있다.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엑슨모빌은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0.51% 하락한 106.9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가 최근 6개월 간 14.17% 상승하는 동안 엑슨모빌 주가는 3.3%가량 내렸다. 미 에너지업계 2위인 셰브런은 같은 기간 주가가 11.47% 떨어졌다. 코노코필립스는 12.02%,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7.62% 내렸다.
이런 약세는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이다. 올초 배럴당 80달러 선에 거래됐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근월물은 최근 배럴당 7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국제 유가 기준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76달러 선에 손바뀜됐다. 작년 7월(약 110달러)에 비하면 3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천연가스는 BTU(열량단위)당 2.654달러로 1년 전에 비해 67%가량 떨어졌다.
수급 불일치가 가격 하락세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낮아진 에너지 가격은 각 사 정유사업부문에도 악재다. 통상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면 기업의 제품 마진이 오르지만, 에너지기업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 간 연동성이 높다”며 “시장 수요가 활발하지 않으면 유가와 제품 가격이 모두 내려가면서 정제마진 하방 압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운영비 등을 뺀 가격을 의미한다.
증권가에선 미국 에너지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정제마진 강세로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낸 것과는 정반대다. 이날 엑슨모빌은 2분기 영업이익이 7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78억5000만달러) 대비 56% 낮을 것이라는 실적 가이던스를 내놨다. 전 분기 대비로는 40억달러가량 낮다.
비라즈 보커타리아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원유 정제마진과 천연가스 가격 하락세로 인해 엑슨모빌의 순이익이 75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컨센서스(94억3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액수다. 엑슨모빌은 오는 28일 실적을 발표한다.
이런 실적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에너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올 4분기 유가 전망을 기존 배럴당 75달러에서 70달러로 내려 잡았다. 지난달엔 골드만삭스가 연말 유가 전망을 기존 대비 10% 깎았다. 골드만삭스가 유가 전망을 하향한 것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