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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로 한번만 헹궈도 되게"…200년 된 기업의 '제품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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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도 편해야 해요.” 예현숙 한국피앤지(P&G) ESG 리더 겸 대외협력본부장(상무·사진)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MZ(밀레니얼+Z) 세대는 ‘편한 친환경’을 좋아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가치소비를 의식하거나 친환경 제품을 일일이 찾아 쓰지 않고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우니’ 세제를 사례로 들었다. 예 상무는 “사람들은 세제가 잘 안 빠질 거란 생각에 세탁기 헹굼 코스를 2~3번씩 하곤 하는데, 피앤지는 한 번 헹굼으로 충분한 세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수한 세정력으로 헹굼 단계를 줄여 물을 최대 60L 절약하고, 찬물 세탁을 하면 온수 사용시보다 전력 사용량을 최대 90%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품이란 ‘본질’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추구한다는 것. 그는 “일본만 해도 세탁기로 빨래할 때 한 번 헹굼을 하곤 한다”며 “피앤지는 헹굼 단계를 많이 하지 않아도, 찬물로 빨아도 세탁이 잘 되는 세제를 내놨다. 이런 노력들이 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제품 생산·운송·폐기 과정에서 얼마나 탄소가 배출되는지 관심 갖고 지켜봐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이 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예 상무는 “유리컵은 설거지할 때 세제를 사용하니 오히려 일회용 종이컵이 친환경 아니냐는 말도 있고, 텀블러가 종이컵보다 친환경 효과를 내려면 370번 정도 사용해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제품의 전 과정을 보면서 ‘내가, 집에서부터 바꿔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친환경에 기여하는 제품을 만들 테니 함께 실천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년 가까운 역사의 피앤지가 최근 들어 특히 ‘전 과정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다. “전 과정 평가가 우리가 생각하는 ESG”라고 예 상무는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피앤지는 지속가능하면서도 우수한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피앤지의 ‘헤드앤숄더’·‘팬틴’ 샴푸와 컨디셔너는 세정력을 높여 물 사용량을 줄이고 뚜껑 상단 플라스틱 캡을 제거해 플라스틱 배출량을 30% 이상 감축했다. ‘팸퍼스’ 기저귀는 100% 지속가능 포장재를, ‘오랄비’ 칫솔은 제품 겉면 플라스틱 포장재에 100% 재활용 플라스틱을 각각 사용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지속가능성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연구와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재활용(리사이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건 ‘물리적 재활용’을 했을 때의 얘기죠. 우리는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로 순도가 그대로 유지된 화학적 재활용을 해왔습니다. 플라스틱 색을 빼는 기술도 보유해 100%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있어요.”

이외에도 피앤지는 제품 용기 등에 디지털 워터마크 ‘홀리 그레일(Holy Grail)’을 넣어 재활용률을 끌어올렸다. 또 플라스틱 용기 대신 가장자리에 공기를 주입한 올인원 방식 포장재 ‘에이로플렉스(Aeroflex)’로 플라스틱 및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


심지어 미 항공우주국(NASA)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른바 ‘화성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그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일 수도 있지만 물과 세탁기가 없는 환경에서 세탁할 수 있는, 완전 분해되는 세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은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사용 가능해 꼭 화성이 아니더라도 지구 환경보호 효과 역시 낼 수 있다.

피앤지는 2018년부터 국내에서도 이마트 등과 손잡고 플라스틱 회수 ‘가플지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재 포스코·CJ제일제당·쓱(SSG)닷컴 등 18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이 캠페인을 통해 수거된 폐플라스틱이 7.5t에 달한다.

불필요한 과다 포장을 줄이자는 취지의 ‘제품의 포장 재질·방법에 관한 기준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법)’ 통과에도 피앤지가 일조했다고 예 상무는 귀띔했다.

그는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맡다가 2019년 한국피앤지로 왔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본사 요청으로 2021년부터는 ESG 리더를 겸임하고 있다. 예 상무는 “원래 유엔(UN)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피앤지에서 일하면서 꼭 유엔 근무가 아니어도 브랜드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웃어보였다.

지금도 항상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는 그는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환경이 중요하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 쓰레기 분리수거 정말 열심히 하지 않느냐”면서 “그에 비해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은 잘 안 하는 것 같다. 생활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실생활 곳곳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이 필요할 때”라고 당부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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