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당시보다 매출이 더 줄었네요. 오늘 1만5000원짜리 황가오리 한 마리 팔았습니다.”(노량진수산시장 상인 이모씨)
5일 찾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점포 300여 개가 모여 있는 1층 회센터의 손님은 아홉 명에 불과했다. 식당 22개 중 손님이 있는 매장은 세 개에 그쳤다. 수산시장 주차장 입구엔 ‘국민 불안 야기하는 원전오염수 괴담, 더는 용납 안 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상인 이모씨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괴담이 퍼진 뒤 생선값은커녕 얼음값도 못 건질 정도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달 새 매출 절반으로
전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처리수 방류 계획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상인들은 “‘오염처리수 괴담’ 탓에 방류가 시작되면 수산물을 찾는 손님이 더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다음달께 방류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1층 회센터 상인 대부분은 팔짱을 낀 채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20년간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팔아온 윤모씨는 “하루 100만원어치를 팔았는데 최근엔 매출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C상회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이날 오후 4시까지 생선 한 마리도 팔지 못했다. 그는 “비싼 어종인 민어가 나오는 7월은 1년 중 대목에 속하는데 요즘은 민어의 ‘민’자도 손님들이 묻지 않는다”며 “직원도 기존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줄였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2층에 있는 식당가 역시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편견이 없는 일부 외국인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B식당 사장 이모씨는 “손님이 절반 넘게 줄었고 그나마 외국인만 오고 있다”며 “이 정도 매출로는 1000만원이 넘는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방사능 검사 늘리며 안전 강조
노량진수산시장은 2021년부터 수협중앙회 산하 수산식품연구실과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는 등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다. 수협 마트 등에서 보낸 수산물을 대상으로 감마핵종분광분석기를 통해 방사능 검사를 한다.최근엔 검사 빈도를 더 늘렸다. 이날 수산시장 자체적으로 일본산 돔과 돌돔을 대상으로 무작위 검사를 했지만 방사능이 검출된 수산물은 없었다. 연구실 관계자는 “방사능 관련 물질인 요오드와 세슘이 100베크렐 넘게 검출되면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판단하지만 현재까지 검출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은 “1주일에 세 번 무작위로 생선을 꺼내 방사능 검사를 한다. 그래도 믿지 않는 손님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상인들은 방류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손님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A수산을 운영 중인 박모씨는 “오염처리수 괴담이 계속되는 가운데 방류가 시작되면 두세 명 있던 손님조차 오지 않을까 봐 속이 타들어 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괴담으로 애먼 상인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를 하루 300t씩 방류했지만 한국 해역에 영향은 없었다”며 “현재 후쿠시마에 저장된 방사성 물질의 양은 사고 당시 방류량의 0.1% 수준에 불과해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정훈/장강호 기자 ajh6321@hankyung.com